‘아름다운 퇴장’…허정무의 2년6개월

‘아름다운 퇴장’…허정무의 2년6개월

입력 2010-07-02 00:00
수정 2010-07-0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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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7일,마침내 한국인 지도자가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되찾았다.올림픽대표팀과 국가대표팀을 함께 이끌었던 허정무(55) 감독이 2000년 레바논에서 열린 아시안컵을 끝으로 그해 11월 사령탑에서 물러나고 나서 약 7년 만이었다.

 2000년 허 감독이 퇴임하고 나서 대한축구협회는 이듬해 네덜란드 출신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고,그 이후로도 대표팀 사령탑은 줄곧 외국인 지도자의 몫이었다.움베르투 코엘류(포르투갈),요하네스 본프레레,딕 아드보카트,핌 베어벡(이상 네덜란드) 등이 차례로 대표팀을 이끌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썼을 때도,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원정 첫 승리를 올렸을 때도 공은 외국인 지도자에게 돌아갔다.

 7년 만에 다시 한국인 사령탑 시대를 연 것은 공교롭게도 외국인 감독에게 바통을 넘겼던 허정무 감독이었다.

 K-리그 전남 드래곤즈를 이끌다 대표팀 사령탑으로 복귀한 허정무 감독의 취임 일성은 “축구인으로서 인생의 모든 것을 걸겠다”였다.한국인 지도자의 미래는 다시 그의 양 어깨에 달렸다.

 허정무 감독의 당면과제는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었다.

 2008년 1월30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칠레와 친선경기(0-1 패)에서 선을 보인 허정무호는 첫 발걸음이 순탄치 않았지만 이후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갔다.

 아시아지역 3차 예선에서 북한과 두 차례 맞대결을 0-0으로 비기고,약체 요르단과 홈 경기에서도 2-2로 무승부를 거두는 등 불안감을 안겨주면서도 3승3무로 조 1위에 올라 최종예선 출전권을 땄다.

 ‘허무 축구’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으면서 시작한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서아시아 전통의 강호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물론 3차 예선에서 맞붙었던 북한 등과 한 조에 속해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였다.

 하지만 2008년 11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원정 3차전에서 2-0 완승을 거둬 19년간 이어졌던 ‘사우디아라비아전 무승 징크스’를 털어내고 탄력을 받았다.

 지난해 2월 ‘원정팀의 무덤’이라 불리는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치른 이란과 최종예선 4차전 원정경기에서 1-1로 비기고 나서,4월 북한(1-0 승)을 넘었고 마침내 6월7일 아랍에미리트(UAE)와 원정경기에서 2-0으로 이기며 두 경기를 남겨놓고 일찌감치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때 벼랑 끝에 내몰렸던 허정무 감독은 특유의 뚝심으로 한국축구의 세대교체까지 성공적으로 이뤄내면서 결국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이라는 유쾌한 도전에 나설 자격을 얻었다.

 한국은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그리스,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와 B조에 속했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달 12일 포트엘리자베스에서 그리스와 남아공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1차전에서 2-0 완승을 이끌었다.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한 서곡이었다.허 감독은 한국인 사령탑으로는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서 승리를 경험했다.

 같은달 17일 요하네스버그에서 치른 아르헨티나와 2차전에서는 1-4로 대패했다.하지만 전열을 가다듬고 엿새 뒤 나이지리아와 3차전에 나서 2-2로 비기며 1승1무1패,B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1954년 스위스 대회에서 처음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이후 56년 만에 처음 이룬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었다.

 비록 우루과이와 16강전에서 1-2로 아쉽게 패해 더는 나아가지 못했지만,허정무 감독은 한국 축구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썼다.

 그리고 그는 최장수 대표팀 사령탑 기록도 이어갈 수도 있었지만,‘아름다운 퇴장’을 선택했다.

 2일 대한축구협회와 재계약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인 지도자들도 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허 감독의 퇴임 인사는 “국내에 훌륭한 지도자들이 많은 만큼 좋은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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