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10일(현지시간) 2026년 월드컵부터 본선 출전국을 48개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한 FIFA 평의회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어 확대안의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취리히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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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평의회가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만장일치로 인판티노 회장이 제안한 2026년 월드컵부터 본선 출전국으로 현행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하자 캠페인 그룹 ´뉴 FIFA 나우´가 “돈과 권력을 장악하려고” 확대안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인판티노 회장은 곧바로 영국 BBC와 만나 “반대다. 축구로만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모든 포맷에서 재정적 관점에서의 이득이 생긴다. 우리는 스포츠로서의 장점만 따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재정적으로) 편안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5월 멕시코시티에서 열리는 FIFA 연례총회에서 211개 회원국의 투표로 최종 확정되는데 통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유럽이 반대하고 있지만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출전국 확대로 이득을 볼 국가들이 대거 찬성 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세 팀씩 16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 두 경기씩 치러 각 조 상위 두 팀이 32강에 진출해 단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대회 경기 수는 현행 64경기에서 80경기로 늘지만 결승까지 진출하는 팀의 경기 수는 현행대로 일곱 경기가 된다. 당연히 기업 광고도 늘어나 FIFA는 북중미 개최가 유력한 2026년 월드컵 수입이 52억 9000만파운드(약 7조 7000억원)에 이르러 5억 2100만파운드(약 7600억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판티노 회장은 “21세기에 맞춰 월드컵 문턱을 낮춘 역사적인 결정”이라고 자찬했다. 그러나 잉글랜드 축구협회(FA)는 팬들과 선수들, 구단들과 리그들의 요구를 더 고려하라고 요구한 뒤 어떻게 대회가 운영될 것인지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인판티노는 구체적인 것은 작업 중이어서 밝힐 수가 없다고 대꾸했다.
유럽 축구클럽 연합체인 유로피언클럽협회(ECA)는 FIFA가 스포츠 자체의 결정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을 내렸다며 확대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뉴 FIFA 나우´는 FIFA는 여전히 개혁해야 할 대상이며 출전국 확대안이 “대회 경쟁력을 갉아먹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판티노 회장은 대회에 참가하는 팀들의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코스타리카가 지난 월드컵에서 잉글랜드와 이탈리아를 조별리그 탈락으로 밀어넣었다. 월드컵에서 그런 일을 해낼 다른 팀들이 많다”며 “더 많은 나라들이 본선에 진출하기 위해 엘리트 축구뿐만아니라 ´풀뿌리´에도 투자할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수준도 올라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유럽 클럽들의 비난에 대해선 “게임이 바뀌었다. 축구는 지금 진정 글로벌 게임이 돼가고 있다. 모두가 유럽에서 투자가 늘어난 데 만족한다. 하지만 유럽 밖을 돕는 일은 어떤가? 그들도 더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나아가 유럽 클럽들이 월드컵 기간이 길어져 자신들의 리그 일정을 건드리지 않아야 하고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가중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주된 요구 사항이라고 이해한다며 “현행대로 32일 동안 대회를 열고 결승에 진출하는 팀도 일곱 경기만 치르게 하고 13개 경기장에서만 치를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더 많은 나라들이 꿈이라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출전국이 늘어난 만큼 대륙별 쿼터를 어떻게 추가 배분할지에 대해서도 인판티노 회장은 “속도감 있게 살펴볼 것”이라며 “확실한 한 가지는 모든 이들이 과거보다 더 많은 기회를 갖는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또 출전국 확대안의 성공을 확신하게 된 것은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16에 53개국이 예선에 참가했는데 본선 출전국 수를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늘리고도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점에 고무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웨일스와 아일랜드, 북아일랜드가 처음으로, 또는 몇년 만에 본선에 진출했다. 네덜란드는 늘 본선 단골이었는데 요번에는 그러지 못했다.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만으로도 완전히 다른 역동성을 창출해낼 수 있다. 우리는 (월드컵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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