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매스스타트 초대 챔피언
4개 종목 출전… 모두 ‘톱5’ 올라통산 금2·은3… 亞 빙속 최다
2022년 베이징올림픽도 출전
“이젠 미뤘던 신혼여행 가야죠”
걸어온 길 자체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종목의 역사였다. “매스스타트와 팀추월 메달을 위해 5000m와 1만m를 접어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주저앉는 순간,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종목에서 한국의 명맥을 함께 끊게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다. 보란 듯이 출전한 4개 종목에서 모두 5위 안에 드는 쾌거를 달성했다. 그리고 피날레는 금메달이었다.
이승훈이 지난 24일 강원 강릉 빙상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후 시상대에 올라 환호하고 있다. 강릉 연합뉴스
이승훈이 4년 뒤 베이징 대회에서 메달을 추가한다면 동계올림픽 최다 메달 한국 선수로 이름을 올린다. 현재 쇼트트랙 전이경(금 4개, 동 1개), 박승희(금 2개, 동 3개)와 함께 공동 1위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한정한다면 독보적인 1위다.
그를 대단하게 여기는 점은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는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종목에서 작은 체격에도 불구하고 서양 선수들과 능히 맞선다는 데 있다. 아시아에선 적수가 아예 없다. 그는 평창에서 1만m, 5000m, 팀추월(3200m), 매스스타트(6400m) 등 모두 4경기를 치러냈다. 팀추월에선 세 경기(9600m)를 뛰었고, 매스스타트에선 두 경기(1만 2800m)에 나섰다. 이에 따라 올림픽 기간에 뛴 거리만 3만 7400m(37.4㎞). 몸을 풀기 위한 연습주행까지 포함하면 4만m를 가볍게 넘는다. 그는 혹시라도 5000m와 1만m 출전으로 팀추월과 매스스타트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했다. 이를 더 악물었다. 400m 트랙 여덟 바퀴를 도는 팀추월에선 절반을 선두에 서서 이끌었다.
그는 강철 체력에 대해 “훈련밖에 특별한 비결은 없다. 같이 훈련하는 동료들보다 더 하려고, 어린 친구보다 앞장서려고 노력했다. 그런 과정이 저를 만든 것 같다. 앞으로 베이징 대회를 목표로 준비해 가장 앞에서 달리도록 더 애쓰겠다”고 말했다. 이어 “평창올림픽 준비를 해야 해 신혼여행을 가지 못했다. 아내가 희생을 많이 했는데, 이제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가야 할 듯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강릉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강릉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8-02-26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