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윤종 어머니, 2인승 후 낙담한 아들에게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지!”
25일 강원도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 3차 주행이 끝난 뒤 한국 팀 파일럿 원윤종이 관중석을 향해 두 팔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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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봅슬레이 대표팀의 ‘파일럿’(썰매 조종수)이자 ‘맏형’인 원윤종(33·강원도청)의 어머니 박순애(60) 씨는 25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관중석에서 남편, 큰아들과 함께 둘째 아들의 봅슬레이 4인승 경기를 지켜봤다.
약 일주일 전 금메달까지 노린 2인승 경기에서 6위에 그친 아들은 이날 4인승 경기에서 독일 팀과 공동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가 끝나고 만난 어머니 박 씨는 “2인승이 끝난 뒤에는 아이가 마음을 다칠까 봐 내가 아무 소리도 못 냈다”며 “내가 눈물을 보이면 아이가 힘들어할까 봐 그냥 조용히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래도 이 말 한마디는 꼭 해야겠다 싶어서 겨우 입 밖으로 꺼냈다.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지!”
4인승 경기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어머니의 이런 격려가 큰 힘이 됐던 것일까. 원윤종은 2인승보다 절대 약세로 평가받던 4인승에서 결국 ‘올림픽 메달’의 꿈을 이뤘다.
어머니가 ‘봅슬레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본 건 2010년이었다.
성결대 체육교육과 4학년생 원윤종은 체육 교사를 꿈꾸고 있었다.
이런 그가 어느 날 불쑥 “엄마, 봅슬레이라는 겨울 스포츠가 있는데, 나 그거나 한번 해볼까 봐요”라고 말을 꺼냈다.
원윤종은 “그게 뭔데? 그걸 왜 하려고?”라며 의아해하는 어머니에게 “국제대회에서 메달 따면 임용고시 볼 때 가산점 준대요”라고 설명했다.
원윤종은 그렇게 봅슬레이 국가대표 선발전에 응시했고, 얼떨결에 합격했다.
어머니는 “여기까지 오느라고 임용고시는 보지도 못했지 뭐. 겨우 학교 졸업만 했지”라며 웃었다.
원윤종은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현재 ‘솔로’ 상태라고 한다.
어머니는 “저렇게 계속 외국에서 경기하고 평창에서 훈련만 하는데 언제 여자를 만나겠어요?”라며 약간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가장 신경 쓰이는 건 따로 있었다. 혹시라도 도핑(금지약물 복용) 문제가 불거질까 봐 아플 때 약도 못 먹는 모습이 어머니로서 가장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이제 일단은 다 끝났으니 내가 몸보신을 시켜줘야죠. 걔는 먹는 건 다 좋아해요. 집에 오면 김치찌개를 제일 잘 먹으니 일단 그거부터 해줘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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