렴대옥-김주식, 북한 피겨 사상 올림픽 최고 성적 기록

렴대옥-김주식, 북한 피겨 사상 올림픽 최고 성적 기록

박기석 기자
박기석 기자
입력 2018-02-15 14:04
수정 2018-02-1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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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조 중 13위… 쇼트·프리·총점에서 자신의 최고점 경신

북한 피겨스케이팅 페어 대표 렴대옥(19)-김주식(26) 조가 15일 은반에서 콤비네이션 스핀을 화려하게 선보이고 마지막 포즈를 취하자 관중석에서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북한 응원단은 일제히 일어나 “렴대옥”, “김주식”을 목놓아 외쳤고, 남한 관객들도 아낌없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은반 위로 남한 관객이 던진 선물이 날아오기도 했다. 연기를 끝내고 렴대옥이 눈물을 흘리자 김주식은 그를 안고 등을 토닥여줬다. 박수와 환호가 끝없이 이어지자 두 선수는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며 남북의 하나된 응원에 감사를 표했다.

점수 발표를 기다리기 위해 키스앤크라이에 들어선 두 선수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김주식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고, 렴대옥은 김현선 코치 품 안에서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전광판에 두 선수가 프리에서 124.23점을 얻어 자신의 최고점을 경신한 것으로 나타나자 경기장은 다시 한 번 환호성으로 가득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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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우아한 백조 처럼
[올림픽] 우아한 백조 처럼 15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페어 프리스케이팅에서 북한의 렴대옥과 김주식이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렴대옥-김주식 조는 15일 오전 강원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페어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3.65점에 예술점수(PCS) 60.58점을 합쳐 124.23점을 기록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 69.40점을 더해 총점 193.63점으로 최종 13위에 오르며 북한 피겨 역사상 올림픽 최고 성적을 거뒀다. 종전에는 1992년 알베르빌올림픽에서 고옥란-김광호 조가 18조 중 18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두 선수는 이번 올림픽 데뷔전에서 쇼트, 프리, 총점 개인 최고 기록을 모두 경신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개인 최고점을 기록한 두 선수는 프리에서도 종전 개인 최고점(119.90점)을 4.33점 끌어올렸다. 쇼트와 프리 점수를 합친 총점도 지난달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기록한 최고점(184.98점)을 뛰어넘었다.

16조 중 여섯 번째 연기자로 나선 렴대옥-김주식은 ‘주 쉬 퀸 샹송(Je suis qu’une chanson)‘에 맞춰 첫 과제인 트리플 트위스트 리프트(기본점 6.2점)에서 수행점수(GOE) 0.2점을 얻으며 순조롭게 연기를 시작했다.

트리플 토루프-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5.6점)에서도 0.1점의 GOE를 따낸 두 선수는 그룹5 리버스 라소 리프트(레벨4)도 깔끔하게 처리했따. 더블 악셀(기본점 3.3)에서는 착지가 불안해 GOE가 0.29점 깎였지만, 백워드 아웃사이드 데스 스파이럴(레벨3)과 플라잉 체인지풋 콤비네이션 스핀(레벨2)은 실수 없이 선보였다.

이어 두 선수가 고난도인 스로 트리플 살코 점프와 악셀 라소 리프트(레벨4), 스로 트리플 루프 점프를 성공시키자 관중석에서는 큰 박수와 환호가 나왔다. 이후 코레오 시퀀스(레벨1)와 그룹3 리프트(레벨4)를 처리한 두 선수는 콤비네이션 스핀(레벨2)로 연기를 마무리했다.

렴대옥과 김주식은 이날 자신의 최고점을 넘어섰지만 아쉬움이 남는 모습이었다. 김주식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점수를 보다시피 뭐 잘한 게 있습니까”라며 “아직 우리가 해야 될 게 많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훈련 때에는 이것보다 더 잘했는데 경기 때 못한 것을 보니 아직 경험과 담이 부족한 것 같다”며 “더 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남북은 그 어느 때보다 두 선수를 열정적으로 응원하며 역사의 현장을 함께 했다. 경기 10분 전 입장한 100여명의 북한 응원단이 관중석을 향해 “여러분 반갑습니다”라고 외치자 남한 관객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자리에 앉아 인공기를 들고 ‘반갑습니다’를 선창한 응원단은 다시 한반도기를 들고 ‘아리랑’을 부르며 경기장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렴대옥과 김주식이 경기장에 들어서자 북한 응원단은 기립해 인공기를 흔들며 두 선수의 이름을 연호했다. 남한 관객들도 다른 외국 선수가 나왔을 때보다 더 크게 환호하며 두 선수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김주식은 “경기에서 몹시 긴장했는데, 들어가니 우리 응원단과 남녘의 동포들이 함께 마음을 맞춰 응원하는 것이 정말 힘이 컸고 고무가 세게 됐다”며 “마지막 국면에 들어서면서 막 힘들었는데, 그때 응원 소리를 들으면서 힘이 새로 났다”고 말했다. 이어 “남측에서 열린 올림픽에 (감회가) 깊었다”며 “남측의 인민들에게도 늘 고마운 인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프리 경기에서는 독일의 알리오나 사브첸코(34)-브루노 마소트(29)가 159.31점을 기록해 쇼트와 프리를 합산한 총점에서 1위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알리오나 사브첸코-브루노 마스 조는 전날 쇼트에서 4위에 머물렀으나 프리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단숨에 최종 1위로 올라섰다. 중국의 쑤이원징(23)-한충(26) 조는 쇼트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프리에서 3위로 내려앉으며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동메달은 캐나다의 미건 뒤아멜(33)-에릭 래드포드(33) 조가 차지했다.

강릉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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