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가 멈출 때까지 싸우고 싶다”…아시안게임 e스포츠 한국 첫 금메달 스트리트파이터V 79년생 김관우…“이런 날 올 줄 몰랐다. 40대라도 즐기면서 열심히 연습하면 고수 될 것”

“두뇌가 멈출 때까지 싸우고 싶다”…아시안게임 e스포츠 한국 첫 금메달 스트리트파이터V 79년생 김관우…“이런 날 올 줄 몰랐다. 40대라도 즐기면서 열심히 연습하면 고수 될 것”

장형우 기자
장형우 기자
입력 2023-09-28 23:42
수정 2023-09-29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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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학용품 산다고 받은 돈을 동네 오락실 스트리트파이터에 탕진해 부모님께 뚜드려 맞아본 경험이 없는 40대 남성은 흔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 스트리트파이터가 너무 좋아서 30년 넘게 꾸준히 즐기면서 실력을 연마한 40대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e스포츠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연히 이번 대회 한국의 최고령 금메달리스트. 주인공은 1979년생 격투게임계의 ‘고인물’ 김관우(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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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 뒤 인터뷰를 마치고 취재진의 요청에 수줍은 듯 장풍(아도겐)을 쏘는 포즈를 취한 김관우. 하지만 빠른 반응 속도로 직접 타격을 앞세우는 베가가 주 캐릭터인 그는 장풍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처음에 장풍을 ‘어류겐’이라고 잘못 썼는데, 기사를 쓰려면 어류겐과 아도겐 정도는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들여 수정합니다. 참고로  김관우 선수보다 한 살 많은 기자가 스트리트파이터2를 열심히 했을 당시 주 캐릭터는 가일 혹은 블랑카였습니다. 못하는 축에 속했지만, 잘하는 꼬맹이한테 깨져도 현피를 뜨지는 않았습니다.)
시상식 뒤 인터뷰를 마치고 취재진의 요청에 수줍은 듯 장풍(아도겐)을 쏘는 포즈를 취한 김관우. 하지만 빠른 반응 속도로 직접 타격을 앞세우는 베가가 주 캐릭터인 그는 장풍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처음에 장풍을 ‘어류겐’이라고 잘못 썼는데, 기사를 쓰려면 어류겐과 아도겐 정도는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들여 수정합니다. 참고로 김관우 선수보다 한 살 많은 기자가 스트리트파이터2를 열심히 했을 당시 주 캐릭터는 가일 혹은 블랑카였습니다. 못하는 축에 속했지만, 잘하는 꼬맹이한테 깨져도 현피를 뜨지는 않았습니다.)
김관우는 28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대회 스트리트파이터V 결승전에서 대만의 동갑내기 라이벌 샹여우린을 세트 점수 4-3으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36년 동안 격투게임을 즐겨온 김관우는 이번 대회에 처음 e스포츠 종목의 하나로 채택된 스트리트파이터V의 첫 챔피언에 등극했다. 동시에 한국 대표팀 사상 첫 e스포츠 금메달리스트로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김관우는 이날 7년 가까이 고집해 온 캐릭터인 베가를 선택했고 샹대는 루시아 모건으로 맞섰다. 1세트 김관우가 첫 라운드를 내줬지만 2, 3 라운드를 연달아 가져오며 먼저 웃었다. 상대는 루시아로 패한 뒤 2세트에 루크 설리반을 꺼내들었고, 한 번의 라운드도 내주지 않고 2세트를 가져가며 1-1 동점을 만들었다.

김관우는 3세트에서 첫 라운드를 내주고 2라운드를 가져왔지만 마지막 라운드에서 패하며 3세트를 내줬다. 그러나 공격적인 플레이로 4세트를 가져오며 세트스코어 2-2 동점을 만들었다.

그런데 샹여우린은 다시 루크에서 루시아로 캐릭터를 교체했다. 심기일전한 김관우는 5세트 첫 라운드부터 공격적으로 밀어 붙였고 3-2 역전에 성공했다. 상대는 6세트 다시 루크를 선택했고, 또 한번 동점을 만들었다. 3-3.

마지막 7세트 김관우는 초반 공격적 플레이로 첫 라운드를 가져온데 이어 두 번째 라운드마저 가져가며 사실 상 세계챔피언인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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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을 앞두고 관중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중국 항저우의 e스포츠센터에 김관우와 대만의 샹여우린이 입장하고 있다.
결승전을 앞두고 관중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중국 항저우의 e스포츠센터에 김관우와 대만의 샹여우린이 입장하고 있다.
경기 뒤 김관우는 “즐거워서 시작한 게임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따게 될 줄 몰랐다”며 “강성훈 감독과 한국 e스포츠협회 여러분들께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관우는 초등학교 시절 동네 오락실에서 50원, 100원짜리 동전을 넣고 시작했던 격투 게임을 성인이 되어서까지 즐기는 자신이 못마땅했지만, 그래도 즐거운 일이면 마음껏 즐기라며 무언의 응원을 해 준 부모님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가져가면 (가족들이) 정말 좋아하실 것 같다”며 “두뇌가 멈출 때까지 게속 격투게임으로 싸워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 오락실에서 ‘조그만 게 붙으면 다 이긴다’고 동네 중학생 형들에게 끌려가 혼났을 때가 기억난다”며 “나이 마흔을 넘어도 즐거운 일을 즐기면서 열심히 하면 더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훈 감독은 “김관우가 대회를 준비하면서 전국의 스트리트파이터 고수들이 자원해서 스파링 파트너로 도왔다. 지역에 계셔서 못 오시는 분들은 온라인으로 지원해주셨다”면서 “이번 대회는 한국의 스트리트파이터 애호가들이 모아준 ‘원기옥’을 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FC 온라인 종목의 곽준혁(23·KT 롤스터)이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 e스포츠에 사상 첫 아시안게임 메달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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