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한복공정’” vs “중국 56개 소수민족 알아보라”

“명백한 ‘한복공정’” vs “중국 56개 소수민족 알아보라”

강민혜 기자
입력 2022-02-06 14:49
수정 2022-02-0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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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 퍼포먼스 한복 등장 논란

‘또’ 한복을 ‘한푸’라 우기는 중국
서경덕 “중화사상 찌든 중국” 일갈
중국 일부 매체 “명나라 한푸” 주장
“퍼포먼스 맥락 이해 필요” 주장도
‘치마 저고리에 댕기머리’, 올림픽 개회식에 등장한 한복
‘치마 저고리에 댕기머리’, 올림픽 개회식에 등장한 한복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치마 저고리와 댕기 머리를 등 한복 복장을 한 공연자가 개최국 국기 게양을 위해 중국의 오성홍기를 옮기고 있다. 2022.2.5 연합뉴스
중국 베이징동계올림픽 개회식에 한복을 입은 여성이 등장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여론은 중국의 ‘한복공정’이라며 자극받았다. 이를 두고 중국 현지 매체들은 “중국 소수민족을 알아보고 반응하라”는 등 황당한 주장을 인용 보도하고 있다.
4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이 등장해 ‘동북공정’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한복을 입은 공연자가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2022.2.4 연합뉴스
4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이 등장해 ‘동북공정’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한복을 입은 공연자가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2022.2.4 연합뉴스
● 개회식 등장한 한복에
국내 여론 ‘시끌’
외교부 관계자는 6일 언론에 “한복이 전세계 인정을 받는 우리 대표적 문화라는 점에는 재론 여지가 없다”며 “중국에 고유한 문화에 대한 존중과 문화적 다양성에 기초한 이해 증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계속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중 양측은 그간 관련 협의에서 양 국민간 이해와 우호 정서 증진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며 “(위와 같은) 우리의 기본 입장을 바탕으로 당당하고 건설적으로 지속해서 소통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중국에 구체적인 항의를 전하거나 직접 문제를 언급하는 등의 방안은 전하지 않았다.

앞서 베이징동계올림픽 개회식에는 4일 한복을 입은 여성이 등장했다. 이 여성은 한복으로 보이는 흰색 저고리, 분홍색 치마를 입었다. 긴 머리를 하나로 땋아 댕기로 꾸미기도 했다. 완연한 한복 복장이다.

문제는 그가 등장한 퍼포먼스가 ‘소시민들의 국기 전달’이라는 점이다. 그는 중국 안에 있는 56개 소수민족 대표 중 하나로 출연했다. 또한 이 퍼포먼스에서 중국 오성홍기를 전달했다.

이는 자칫 한국의 고유 문화인 한복이 중국 소수민족의 전통에 그치는 것처럼 보일 여지가 있어 논란이 일었다.
올림픽 개회식에 등장한 ‘한복’
올림픽 개회식에 등장한 ‘한복’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한 공연자가 손을 흔들고 있다. 2022.2.5 연합뉴스
중국의 ‘문화공정’에 민감한 국내 여론은 자극받았고, 정치권도 비판을 이어갔다.

퍼포먼스 맥락상 중국 안에 있는 소수민족으로서의 조선족을 대표하는 것이기는 했다. 그러나 엄연히 한국이 중국 옆에 존재하는 국가이므로 단순히 소수민족으로 치부해 한복을 입은 사람을 퍼포먼스에 등장시킨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전날 베이징 시내 메인 미디어센터에서 “소수민족이라고 할 때는 그 민족이 하나의 국가로 성장하지 못한 경우를 주로 말한다”며 “한국은 (중국) 바로 옆에 세계 10위권 큰 나라로 존재하고 있는데 (해당 퍼포먼스로 인해) 양국간 좋은 관계에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 장관은 이날 중국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한국 문화가 전 세계로 퍼지는 상황에서 한 나라로 성장하지 못한 민족을 주로 가리키는 소수민족으로 조선족을 과감하게 표현한 것은 양국 간 오해 소지가 있고, 안타깝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치권이 정부의 대응을 촉구한 것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응답을 내놓지 않았었다.

외교적으로 항의할 계획을 묻는 말에는 “(공식적인 항의 등을 내놓을) 그럴 필요까지는 현재 생각 안 하고 있다”고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6일 “관계부처와 협업해 재외공관 등을 통해 한복 등 한국 고유문화를 국제사회에 계속 홍보할 것”이라고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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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국회의장, 쇼트트랙 국가대표 경기 관전
박병석 국회의장, 쇼트트랙 국가대표 경기 관전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5일 오후(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캐피털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의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2022.2.6. 국회 제공.
● “한복 논란 관련 국내 우려 전달”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과 진행한 온라인 간담회에서 “한복은 우리의 대표적 문화로 자부심·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한중간) 상호 고유문화가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현재 베이징동계올림픽 참석차 중국을 방문 중이다.

박 의장은 전날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2시간 30분 동안 회담·만찬을 하면서 한복 논란에 대한 대화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논란과 우려에 대해 내가 (리 상무위원장에게) 입장을 표했다”며 “리 상무위원장은 관계 부처에 (한국 입장을) 전하고 한국의 (한복 공정 우려에 대한) 관심을 고려하라고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의장은 “중국 14억 인구 중 약 1억 2000만명이 소수민족이고 한족을 제외하면 55개 민족이 소수민족”이라며 “그러한 관점에서 상호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는 퍼포먼스 중 소수민족 중 하나로 등장했던 맥락을 이해해달라는 의견으로 읽힌다.
“명백한 ‘한복공정’” vs “중국 56개 소수민족 알아보라”
“명백한 ‘한복공정’” vs “중국 56개 소수민족 알아보라”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페이스북. 2022.02.06
● “이미 ‘한복공정’ 전적 있다”
중국 “명나라 ‘한푸’다” 주장
이러한 논란을 두고 강하게 반응한 것은 그간 역사 바로잡기와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보 활동을 펼쳐온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였다.

서 교수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무리 중국의 소수민족인 조선족을 대표하기 위해 (한복을 입은 여성이) 등장했다고 하더라도 (중국이) 많은 ‘한복공정’을 지금까지 펼친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그 이유로 중국이 베이징동계올림픽 유치를 기념하며 제작했던 홍보 영상 ‘얼음과 눈이 춤춘다’에서 한복을 입은 무용수들이 춤을 추고 상모를 돌리는 장면이 나온 점을 지적했다.

또한,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 백과사전이 “한복은 한푸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한복공정의 이유로 꼽았다.

실제 바이두 검색 결과에 등장하는 관련 논란을 다룬 기사는 “한국은 중국 명나라 가신국가”였다며 “한푸는 고대부터 중국의 의상이었고 소위 ‘훔치는’ 문제는 없다”는 등의 주장이 버젓이 등장한다.

또한 “먼저 중국의 56개 민족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나서 (한국은 중국에 해당 논란에 대해) 이야기하라”는 주장까지 담겼다. 

다른 기사 역시 “한국인들이 지적한 한복은 개회식에 56개 민족이 등장할 때 나온 의상”이라며 “한복을 입은 소녀는 한 민족이 아닌 중국을 대표한다. 더군다나 한복은 명나라 의복을 개량한 것으로 예로부터 전통의상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황당한 왜곡 주장을 담았다.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한복’(hanbok)을 한국 전통의상이라고 명백히 표기하고 있다.

서 교수는 이를 언급하며 중국이 한복을 자신들의 것이라며 주장하는 행태는 ‘동북공정’에 빗댄 한복공정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중국에서 이번 논란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중화사상에 찌든 많은 (중국) 네티즌들은 각종 SNS를 통해 ‘(한국이) 한복을 훔쳐갔다’는 어이없는 왜곡을 하고 있다”고 했다.
“명백한 ‘한복공정’” vs “중국 56개 소수민족 알아보라”
“명백한 ‘한복공정’” vs “중국 56개 소수민족 알아보라” 인스타그램에 ‘한푸’를 검색하면 수많은 게시물이 나온다.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의 고유 전통 옷인 한복을 한푸라고 지칭하며 ‘한복공정’에 나서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2022.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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