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뻐하는 하나원큐 선수들. WKBL 제공
22일 부천 하나원큐와 인천 신한은행의 최종전이 열린 부천체육관에서 경기를 최종 마친 선수들의 이름이다. 코트에 좀처럼 볼 수 없던 선수들이 모처럼 대거 출전한 경기에서 이긴 팀도 패한 팀도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마치 올스타전을 방불케 하는 축제 분위기에 두 팀 선수들은 치열한 응원전을 펼쳤다.
하나원큐와 신한은행의 2020~21여자프로농구 최종전에서 하나원큐가 95-80으로 승리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세웠던 목표인 10승과 전 구단 상대 승리 중 10승을 먼저 달성한 하나원큐는 이날 승리하며 두 번째 목표도 달성했다.
신한은행으로서는 승패가 크게 의미 없는 경기였다. 3위를 확정한 만큼 플레이오프 준비가 더 중요했다. 정상일 감독은 이전 경기와 마찬가지로 벤치 멤버들의 경기 감각과 컨디션 조율에 신경 썼다.
강이슬과 3점슛 대결이 걸린 김아름을 위해 1쿼터에 무리했던 신한은행은 점수 격차가 4-20으로 벌어지며 일찌감치 경기 흐름을 내줬다. 2~4쿼터가 박빙으로 흘러 역전이 어려웠다.
아이러니하게도 하나원큐에게 넘어간 경기 흐름은 보기 드문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전 구단 상대 승리의 목표를 눈앞에 둔 하나원큐가 벤치 멤버를 기용하기 시작했고, 승패가 의미 없던 신한은행 역시 벤치 멤버를 투입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원큐의 경기가 열린 22일 부천체육관에서 경기가 끝난 후 전광판 모습.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베테랑 주전들은 동생들의 골 하나에 열광했다. 혹여 공을 뺏기거나 골이 들어가지 않았을 땐 깊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경기는 지더라도 응원만큼은 질 수 없다는 듯 신한은행 선수단이 크게 환호했고, 이에 맞서는 하나원큐도 만만치 않은 응원을 자랑했다.
결국 이날 4쿼터는 놀랍게도 도합 63점이 나왔다. 하나원큐가 31점, 신한은행이 32점이다. 비슷한 수준의 경기력을 갖춘 선수들이 뛰다 보니 경기 내용도 치열했다.
정 감독은 “동생들이 언니들을 위해 항상 고생하고 희생했는데 마지막 경기라서 그동안 못 뛴 선수들을 조금씩이라도 다 뛰어보게 했다”고 설명했다. 정 감독은 “마지막 응원이 우리의 장점”이라며 “우리 팀이 다른 팀보다 팀워크가 최고로 좋은 것 같다”고 자랑했다.
이훈재 하나원큐 감독도 같은 생각이었다. 이 감독은 “새로운 선수가 들어갔을 때 한마음으로 응원해주는 게 너무 좋았다”면서 “그 선수들이 주전 선수들의 파트너로 연습을 많이 해줬는데 시합엔 못 뛰었다. 오늘 기회가 너무 좋았다”고 웃었다.
환호하는 신한은행 선수들. WKBL 제공
프로 종목 중 선수층이 가장 취약한 여자농구로서는 벤치 자원들이 주전 선수를 대신하기가 쉽지 않다. 한쪽이 분위기를 타면 넉넉하던 점수도 순식간에 뒤집히는 탓에 감독 입장에서도 벤치 자원 기용에 고민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두 감독 모두 고민 없이 후보 선수들에게 보상을 줄 수 있었다. 이날 코트를 밟은 선수는 총 28명. 어느 한 쪽이 무리해서 승부를 걸었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수치였다. 승자와 패자는 갈렸지만 서로 목표를 달성한 두 감독의 마음이 통한 결과 이번 시즌 통틀어 가장 훈훈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부천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