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나루히토 일왕과 스가 총리가 개막식을 지켜보는 모습이 영상으로 나오고 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예정보다 1년 늦게 막을 올린 도쿄올림픽 개막식에는 IOC 관계자, 외교사절 등 1천명 정도의 인원만 직접 자리를 지켰다.
2021.07.23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21.07.23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3일 나루히토 일왕은 도쿄도(東京都) 신주쿠(新宿)구 소재 올림픽 스타디움(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에서 “나는 이곳에서 제32회 근대 올림피아드를 기념하는, 도쿄 대회의 개회를 선언한다”며 올림픽 개막을 선포했다.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불꽃이 터지고 있다. 2021.7.2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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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올림픽위원회(JOC)가 공개한 일본어 번역에서 ‘셀러브레이팅’은 ‘이와우’(祝う·축하하다)로 표현돼 있다. 앞서 지난 1964년 도쿄올림픽 개회 선언 당시 히로히토(裕仁) 일왕도 이 표현을 사용하며 올림픽 개회 선언을 했다.
이번 2020 도쿄올림픽에서 나루히토 일왕이 ‘축하’ 대신 ‘기념’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가운데 열리는 올림픽임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내부에서 도쿄올림픽 개최에 따른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 가운데 ‘축하’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일왕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일왕이 ‘축하’라는 단어를 사용할 경우, 코로나19 확산 속 도쿄올림픽을 축복하고 있다고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궁내청(일본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관청) 등 내부의 의견에 따라 정부와 대회 조직위원회가 협의해 ‘기념’이라는 표현으로 정해졌다고 아사히 신문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도쿄신문은 축하를 기념으로 바꾼 것에 대해 “이례적인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교도통신은 “올림픽에서 정권 부양을 목표로 하는 총리관저의 낙담이 크고, ‘폐하(일왕)의 불신의 표시’라는 목소리도 커진다”고 진단했다.
통신에 따르면, 스기타 가즈히로(杉田和博) 관방부장관은 물밑에서 종전과 같은 축하 표현을 하도록 니시무라 야스히코(西村泰彦) 궁내청 장관과 조율을 계속했다.
그러나 궁내청 측 의지가 확고했으며 스가 총리도 “궁내청이 결정한 것에 참견할 수 없다”고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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