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결산] ‘안현수 후폭풍’ 속 ‘여풍’ 분 쇼트트랙

[올림픽결산] ‘안현수 후폭풍’ 속 ‘여풍’ 분 쇼트트랙

입력 2014-02-23 00:00
수정 2014-02-2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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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12년 만에 ‘노메달’ 굴욕

한국 쇼트트랙에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은 ‘다사다난’한 대회로 기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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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3관왕 오른 안현수
<올림픽> 3관왕 오른 안현수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의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이 22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러시아 국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안현수는 이날 5,000m 계주까지 금메달을 따내 대회 3관왕을 달성했다.
연합뉴스
올림픽 전부터 각종 악재에 시달리다가 대회 초반 좀처럼 메달의 물꼬를 트지 못한 가운데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화려하게 재기하면서 남자 대표팀의 부진과 대비를 이뤘다.

그나마 여자 선수들의 선전으로 체면을 차렸다.

소치 올림픽 직전 쇼트트랙 대표팀에는 장비 담당 코치가 성추행 의혹으로 직위 해제되는 일이 벌어졌다.

남자 계주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된 노진규(한국체대)는 훈련 중 어깨를 다쳐 낙마했고, 뼈 암의 일종인 골육종 진단까지 받아 선수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잇단 악재에도 대표팀은 프랑스 전지훈련을 통해 절치부심하고 소치에 입성했으나 실수에 이은 부진한 성적이 발목을 잡았다.

남자부 첫 경기인 1,500m에 출전한 신다운(서울시청)이 준결승에서 미끄러진 데 이어 이한빈(성남시청)이 홀로 결승 진출했지만 6위에 그쳤다.

이런 와중에 안현수가 이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 러시아에 쇼트트랙 첫 메달을 선사해 처지가 대비됐다.

여자 500m에서 박승희(화성시청)가 16년 만에 동메달을 따내면서 한국은 메달 레이스를 시작했지만, 같은 날 남자 계주 준결승에서 이호석(고양시청)이 넘어지면서 탈락해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어 ‘차세대 여왕’ 심석희가 여자 1,5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또 한 번 반전의 기회가 찾아왔으나 남자 1,000m 결승에서 분위기가 꺾였다.

신다운이 반칙 판정으로 메달 획득에 실패했고, 안현수는 8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부활을 알리면서 다시 희비가 엇갈렸다.

박근혜 대통령 등 정치권에서도 안현수의 귀화 과정 등을 문제삼기 시작하고, 안현수가 러시아로 갈 수 밖에 없었던 한국 빙상계의 현실에 대한 대중의 비난도 이어지면서 남자 대표팀의 자존심은 완전히 구겨졌다.

끝없이 가라앉던 분위기는 여자 3,000m 계주에서 살아났다.

심석희, 김아랑(전주제일고), 박승희, 조해리(고양시청)가 결승에 나선 여자 대표팀이 심석희의 막판 스퍼트로 대역전극을 펼치며 8년 만에 금맥을 되찾은 것이다.

이는 이번 대회 쇼트트랙 대표팀의 첫 금메달로, 4년 전 밴쿠버에서 겪은 실격의 아픔을 씻고 대표팀 전체를 웃게 한 ‘힐링 메달’이었다.

남자 대표팀도 이 기운을 받아 힘을 내려 했지만 마지막 희망이었던 남자 500m마저 박세영(단국대)과 이한빈(성남시청)이 준준결승에서 탈락, 12년 만에 ‘노메달’의 수모를 겪었다.

가장 최근 메달이 나오지 않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에서는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의 ‘할리우드 액션’ 탓에 김동성이 실격 판정을 받는 등 억울한 일도 있었으나, 이번에는 그런 사건도 없이 ‘참패’를 당했다.

에이스 부재 속에 올림픽 전 국제대회 성적도 부진해 어느 정도는 예견됐으나 메달를 하나도 건지지 못한 것은 충격적이라는 평가다.

반면 안현수는 500m와 5,000m 계주마저 우승을 차지하면서 개최국 러시아의 쇼트트랙 영웅으로 우뚝 섰다.

그는 2006년 토리노 대회에 이어 사상 최초로 두 대회 3관왕에 오르는 대기록을 남겼고, 역대 올림픽 쇼트트랙 최다 메달 기록(8개)과도 타이를 이루며 완전히 부활했다.

이런 가운데 여자 대표팀이 마지막 경기인 1,000m 결승에서 박승희가 금메달, 심석희가 동메달을 따내며 ‘유종의 미’를 거둔 것은 그래도 위안 삼을 만하다.

이번 대회 한국 쇼트트랙이 따낸 메달 5개(금2·은1·동2)는 모두 여자 선수들의 작품이다.

4년 뒤 안방에서 열릴 평창 올림픽에서도 ‘쇼트트랙 강국’의 지위를 굳건히 하기 위해서는 남자 대표팀을 중심으로 시스템을 점검하고 선수 육성과 관리에 힘쓰는 것이 숙제로 떠올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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