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대한민국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이호석(가운데)이 13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 올림픽 파크 내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남자 5000m 계주 준결승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며 결승 진출이 좌절된 뒤 아쉬워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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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남녀 쇼트트랙 대표팀의 표정에는 차이가 있었다.
당시 남자 대표팀은 1,500m 결승에서 성시백과 이호석(28·고양시청)이 충돌하면서 ‘메달 싹쓸이의 기회’를 놓쳤고, 500m에서는 결승 마지막 코너에서 선두로 달리던 성시백이 미끄러져 은메달에 만족하는 등 불운이 잇따랐다.
그럼에도 이정수가 남자 1,000m와 1,500m에서 2관왕에 올라 ‘역대 최강’ 전력으로 평가받은 자존심을 지켰다.
반면 여자 대표팀은 라이벌 중국, 개최국 캐나다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채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만을 손에 넣었다.
18년 만에 겪은 ‘노골드’의 수모였다.
특히 3,000m 계주에서는 중국을 앞지르고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해 올림픽 5연패 신화를 만드나 했지만, 실격 판정을 받으면서 금메달이 날아가는 일까지 생겼다.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진선유가 3관왕에 오른 직후의 올림픽에서 이런 결과가 나오면서 ‘역대 최약체’라는 소리도 들어야 했다.
하지만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둔 2013-2014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서는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여자 대표팀이 ‘차세대 여왕’ 심석희(17·세화여고)를 앞세워 승승장구하는 반면 남자 대표팀은 ‘에이스 부재’에 시달리면서 분위기가 엇갈렸다.
심석희는 2012-2013시즌 이미 월드컵 6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하는 기염을 토했고, 올 시즌에도 매 대회 금메달을 꼬박꼬박 따내면서 올림픽 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반면 남자 대표팀은 부진을 거듭하면서 올림픽 출전권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올림픽에 앞서 프랑스 퐁트 로뮤 고지대 훈련 등을 통해 자신감을 찾고 소치에 입성했으나 남자 대표팀 앞에는 첫 경기인 1,500m부터 시련이 닥쳤다.
신다운(21·서울시청)과 이한빈(26·성남시청)이 준결승에서 넘어지는가 하면 유일하게 결승에 오른 이한빈마저 6위에 오르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로 귀화한 ‘황제’ 안현수(빅토르 안)가 1,500m 동메달을 목에 건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여자 대표팀의 출발은 다소 아쉽지만 순탄하다.
한국은 1998년 나가노 대회에서 전이경이 유일하게 동메달을 보유한 여자 500m에서 박승희(22·화성시청)가 13일 동메달을 차지했다.
박승희가 결승 레이스 초반 다른 선수와 살짝 부딪쳐 넘어지는 악재가 있었으나 의미 깊은 메달을 손에 넣어 기분 좋게 대회를 시작하는 분위기다.
심석희와 김아랑(19·전주제일고)이 강한 모습을 보여 온 1,500m와 1,000m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아 추가 메달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한국이 웬만해선 메달을 놓치지 않는 계주에서도 남녀 선수들은 다른 운명을 맞이하고 있다.
여자 대표팀은 조 1위로 가볍게 결승에 진출한 반면, 남자 대표팀은 이날 준결승에서 이호석이 넘어지면서 조 3위에 그쳐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이후 12년 만에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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