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있어도 희망인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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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2-12 00:00
수정 2014-06-1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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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혁, 12일 1000m 도전 “웃는 모습으로 마지막 준비”

“4년 전에는 느끼지 못한 것을 이제야 배운 것 같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꼭 웃고 싶었어요.”

11일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를 12위로 마친 이규혁(36·서울시청)은 얼굴에 가득 미소를 담고 있었다.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도전하는 게 슬펐다”며 펑펑 눈물을 흘렸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

이규혁은 “지난 다섯 번의 올림픽에서는 메달을 따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며 “하지만 내가 한쪽만 봤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여섯 번째 올림픽에서 ‘즐기는’ 법을 깨달은 것이다. “그동안은 맨날 죄인처럼 고개 숙였잖아요. 아는 분들이 제발 인상 좀 쓰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한 번 웃자고 다짐했어요.”

12일 오후 11시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남자 1000m는 이규혁에게 선수 인생 피날레 무대가 될 전망이다.

그는 “초반부터 승부를 낼 수밖에 없다. 체력 소모가 많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결승선까지 체력이 버텨 준다면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규혁은 메달 획득에 실패한 후배들에게도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4위도 대단하잖아요. 1000분의1초를 다투는 기록경기인 만큼 당일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달라져요. 1주일 전에 경기를 했으면 태범이가 이겼을 수도 있습니다. 태범이는 분명히 세계 정상에 있는 선수예요.”

이규혁은 경기가 끝난 뒤 네덜란드 선수들과 잠시 인사를 나눴다. 그는 “특별한 말을 한 건 아니다. 과거 내가 (세계선수권 등에서) 우승해 그들이 나를 좀 대접해 준다”고 겸연쩍게 웃었다. 이날 금메달을 딴 미헐 뮐더르(28·네덜란드)는 자신의 올림픽 공식 페이지에 ‘영웅: 한국의 스피드스케이터 이규혁’(Hero: South Korean speed skater Kyou-Hyuk Lee)이라고 썼다. 네덜란드 대표팀 코치 제라드 반 벨데와 영국의 스누커(당구) 선수 로니 오설리번, 그리고 이규혁을 자신의 우상으로 꼽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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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2014-02-1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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