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슬럼프 딛고 한계에 도전… 세리 언니도 울렸다

부상·슬럼프 딛고 한계에 도전… 세리 언니도 울렸다

최병규 기자
입력 2016-08-21 22:40
수정 2016-08-22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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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

손가락 부상에도 스윙 교정 투혼
사상 첫 4대 메이저·올림픽 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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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 여자골프에서 금메달을 딴 박인비가 2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경기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리우올림픽 여자골프에서 금메달을 딴 박인비가 2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경기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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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여제’ 박인비(28·KB금융그룹)가 마거릿 애벗(미국) 이후 116년 동안 끊어진 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의 맥을 이었다.

박인비는 2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골프코스(파71·6245야드)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골프 여자부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2개를 묶어 5언더파 66타를 쳤다. 남자부 우승자 저스틴 로즈(영국)와 같은 타수의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를 기록한 박인비는 1900년 파리대회 이후 116년 만에 올림픽에서 다시 열린 여자골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브리티시오픈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박인비는 남녀를 통틀어 세계 골프 사상 처음으로 4개 메이저대회 우승과 올림픽 금메달을 모두 일궈낸 ‘골든 슬램’의 위업을 달성했다.

박인비는 “저 자신도 이번 대회 성적을 장담할 수 없었다, 다만 한계에 도전한다는 올림픽 정신에 걸맞게 올림피언으로서 겸허한 자세로 경기에 나선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부상으로 스윙이 망가져 남편(남기협) 친구에게서 한 달 동안 스윙 교정을 받았다”며 “스윙이 잡히면서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최근의 치열했던 올림픽 준비 과정을 돌이켰다. 박인비는 그러나 “사실 부상 여파가 아직도 남아 있다”면서 “원하지 않는 동작도 자주 나오고 거리도 줄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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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가운데) 여자골프 대표팀 감독이 박인비를 끌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이다. 박 감독은 “우리 팀 모두 부담이 컸다. 고맙게도 잘해줬다. 후배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박세리(가운데) 여자골프 대표팀 감독이 박인비를 끌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이다. 박 감독은 “우리 팀 모두 부담이 컸다. 고맙게도 잘해줬다. 후배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함께 출전한 양희영(27·PNS창호)이 9언더파로 공동 4위에 올랐고 전인지(22·하이트진로)는 공동 13위(5언더파), 김세영(23·미래에셋)은 공동 25위(1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박인비와 동반라운드를 펼친 세계 랭킹 1위 리디아 고(19·뉴질랜드)는 마지막 18번홀에서 천금 같은 버디를 잡아내 펑산산(27·중국)을 제치고 11언더파로 은메달을 따냈다.

경기는 다소 싱거웠다. 3라운드까지 공동 2위였던 리디아 고, 저리나 필러(미국)에 2타 앞선 단독선두로 4라운드를 시작한 박인비는 초반부터 거침없이 타수를 줄여 나가며 승기를 잡았다. 리디아 고가 2번홀(파4) 두 번째 샷이 왼쪽 모래밭으로 빠져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고 1벌타를 받은 덕에 3타를 앞서간 박인비는 3번부터 5번홀까지 3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순식간에 6타 차로 달아났다. 펑산산이 9번부터 11번홀까지 3연속 버디를 잡아내 박인비를 3타 차까지 추격했지만 13번홀(파4) 보기 뒤 박인비가 15번홀(파4) 버디를 잡아 5타 차로 처지면서 사실상 박인비의 우승이 확정됐다.

양희영은 15~18번홀 4연속 버디로 막판 뒷심을 발휘했지만 1타 차로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마지막 18번홀에서 리디아 고나 펑산산이 보기를 기록했더라면 동메달 결정 연장전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리디아 고가 극적으로 버디를 뽑아내는 바람에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박인비는 여자골프 대표팀을 이끈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 감독이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골프 선수로 대성하겠다는 꿈을 키운 ‘세리 키즈’의 대표 주자다. 2007년 US여자오픈에서 역대 대회 최연소인 만 19세 나이로 우승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17승(메이저대회 7승 포함)을 거두며 지난 6월에는 LPGA 명예의 전당에 가입했다. 박 감독은 박인비의 우승이 확정되자 “처음으로 선수가 아닌 자리에 섰다”면서 “엄청난 부담을 이겨내고 좋은 성적을 올린 후배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16-08-2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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