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착률 따라 선수들 성적 엇갈려, 벗어나면 모래·잡목…스윙 방해
‘페어웨이를 사수하라.’116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복귀한 여자골프에서 금메달을 노리는 4명의 ‘태극낭자’에게 주어진 특명이다. 골프에서 페어웨이는 홀까지 가는 가장 빠르고, 가장 잘 닦인 길이다. 페어웨이만 따라가면 탈 날 일이 전혀 없다. 거꾸로 말하면 공이 페어웨이를 벗어나게 되면 그 골퍼는 열에 아홉은 온갖 고난과 시련을 맞닥뜨리게 된다.
페어웨이의 중요성은 1라운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올림픽골프코스(파71·6245야드)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골프 여자부 1라운드에서 태극낭자의 성적은 페어웨이 안착률에 따라 갈렸다.
올림픽골프코스의 페어웨이 바깥쪽(러프)은 여느 골프장과 사뭇 다르다. 페어웨이 주변이 온통 모래밭인 데다 잡목 투성이인 이 대회장은 올림픽을 위해 급조해 갤러리 통로조차 없다. 공이 페어웨이를 벗어나기만 하면 갤러리가 밟아 깊게 팬 모래 발자국 속으로 공이 들어가기 일쑤고, 기다랗고 질긴 풀과 잡목이 스윙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라운드를 마치고 믹스트존에 들어선 양희영(27)은 “샷이 전혀 안 됐다. 페어웨이에 공을 올리지 못하니까 세컨드샷도 어려워지고, 당연히 스코어가 좋을 리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1라운드 성적은 2오버파 73타로 공동 39위. 페어웨이 안착률은 60명 중에 54위(61.54%)에 그쳤다.
반면 김세영(23)은 드라이버로 티샷한 13홀 중에 단 두 번만 페어웨이를 놓쳤다. 그는 “두 홀 정도만 빼면 퍼펙트 라운드였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대회조직위원회가 공식 집계한 페어웨이 안착률 84.62%를 보인 김세영은 “티샷이 페어웨이에 잘 떨어지고 그린까지 잘 받아 줘서 버디 기회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 ‘골프 여제’ 박인비(28)도 1라운드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10~12번 홀까지 3연속 버디를 포함, 역시 보기 없이 5언더파를 쳤다. 페어웨이 안착률은 무려 92.31%다. 박인비는 “오늘처럼만 친다면 남자 우승자의 스코어(16언더파)만큼은 나올 것 같다”고 내다봤다.
리우데자네이루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16-08-1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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