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핸드볼 아르헨 꺾고 값진 1승
오영란, 첫 예선 탈락에 눈물 “후배들 덕에 얻은 게 더 많아”임영철 감독 “세계 흐름 변해… 몸싸움 훈련·장신선수 필요”
울컥
올림픽 사상 첫 조별예선 탈락의 아픔을 맛본 여자핸드볼 대표팀이 14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푸투루 경기장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고도 활짝 웃지 못한 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표팀의 맏언니이자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신화의 주인공인 오영란(뒷줄 왼쪽 세 번째)도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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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리우올림픽 핸드볼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임영철 여자 핸드볼 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에게 전한 말이다. 임 감독은 이번 경기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위해 다시 시작하는 도약의 과정임을 강조했다. 선수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뛰느냐에 따라 한국 핸드볼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미 조별예선 탈락이 결정됐지만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하자”고 선수들을 다독인 것이다.
감독의 주문대로 대표팀은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했다. 초반부터 공세를 가한 끝에 28-22의 점수로 값진 1승을 거뒀다. 그러나 경기를 이기고도 선수들은 눈물을 쏟아냈다. 8강 진출 실패는 이미 확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팀 ‘맏언니’ 오영란(44)은 경기 후 “예선 탈락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면서 “오늘 게임이 첫 시합이었으면 좋겠다”며 울음을 참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후배들이 끝까지 열심히 해줘서 잃은 것보다 얻고 가는 게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영란과 함께 대표팀 정신적 지주로 통하는 우선희(38)도 “이번 대회를 교훈 삼아서 후배들이 열심히 해주면 도쿄올림픽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면서 “꿈을 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전 이후 경기장 뒤편에서 만난 임 감독은 “러시아와의 첫 경기가 두고두고 아쉽다”며 줄담배를 피웠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바람에 계속 힘든 경기를 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세계 핸드볼이 레슬링, 유도처럼 힘 위주로 완전히 변했다”면서 “깨끗한 핸드볼을 추구한 우리한테는 상당히 불리하다”고 말했다. 우리의 기술을 다 가져간 상황에서 힘으로 밀어붙이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 핸드볼이 세계 최강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몸싸움이 몸에 밸 수 있도록 훈련을 해야 하고 체격적으로 장신 선수를 키워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번 대회 패인의 하나로 세대교체 실패가 거론되고 있지만 임 감독은 여전히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신화의 주인공인 오영란과 우선희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내 앞에 금덩어리가 있고 오영란, 우선희가 있으면 나는 이 두 선수를 갖겠다”면서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보다도 영원히 내 머릿속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사상 첫 조별예선 탈락의 아픔에 대해서는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서울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6-08-16 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