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체력적 한계’에 빛을 잃다

여자배구 ‘체력적 한계’에 빛을 잃다

입력 2012-08-11 00:00
수정 2012-08-11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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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한국 여자 대표팀이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히는 시점이 바로 ‘숙적’ 일본과의 2012 런던올림픽 여자 배구 3-4위전이었다.

세계 랭킹 15위인 한국은 일본(랭킹 5위)에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지지만 올해 5월 런던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승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우세한 경기를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더군다나 런던올림픽 조별 예선에서 한국이 3-0으로 승리한 브라질(랭킹 2위)을 상대로 일본은 준결승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0-3으로 완패했다.

똑같이 준결승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한국이 미국(랭킹 1위)과 22점대까지는 박빙의 승부를 벌이며 가능성을 보인 반면 일본은 브라질의 힘과 높이에 밀리며 3세트 모두 20점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한국(182㎝)은 평균신장에서 일본보다 7㎝나 크기 때문에 브라질처럼 높이의 우위를 살려 일본을 상대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게 벤치와 선수들의 계산이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서 체력적인 문제가 한국 선수들의 발목을 잡았다.

태극 낭자들은 예선 4차전과 5차전에서 터키와 중국을 상대로 모두 풀세트 접전을 치르느라 체력이 이미 대부분 소진된 상태였다.

8강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한 일본이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체력을 아낀 반면 ‘죽음의 조’에 속한 한국은 8강에 오르기 위해 조별 예선 마지막까지 혈전을 치러야 했다.

이탈리아와의 8강전에서는 그나마 불굴의 정신력을 발휘해 36년 만의 ‘4강 신화’를 이뤄낸 선수들은 미국과의 준결승에서는 체력의 밑바닥까지 모두 비워냈다.

준결승전 이후 하루의 휴식만 취하고 나선 11일(현지시간) 일본과의 3, 4위전에서 한국은 비로소 체력이 한계에 다다른 것처럼 보였다.

체력의 한계를 드러낸 한국은 겉으로는 ‘화이팅’을 외쳤지만 유난히 몸놀림이 무거웠다. 서브 리시브가 흔들리며 경기 내내 일본에 끌려갔다.

경기가 잘 풀리면 신이라도 나겠지만 1, 2세트 모두 리드를 허용하면서 선수들의 체력은 더욱 급격하게 저하됐다.

김연경(22득점·흥국생명)은 이날 경기에서 런던올림픽 출전 경기 가운데 최소 득점을 했다.

김연경 외에 10득점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한송이(10득점·GS칼텍스) 뿐이었다.

공격 범실은 17개에 달했고, 블로킹은 상대 공격수들의 빠른 움직임을 쫓아가지 못한 채 8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결국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체력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동메달 재현에 실패하며 36년 만에 ‘4강 진출’의 성과에 만족해야 했다.

김형실 감독은 경기 후 “서브 리시브가 안되면서 공격 연결이 안됐다”면서 “일본에 분위기에도 많이 밀렸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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