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남북 맞대결에 탁구장 ‘시선집중’

첫 남북 맞대결에 탁구장 ‘시선집중’

입력 2012-07-31 00:00
수정 2012-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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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선수단 열띤 응원전..北, 인터뷰 요청에 날 선 반응

“주세혁 화이팅~.” “혁봉이 잘하라우!”

2012 런던올림픽 탁구 남자단식 본선 첫경기(32강전)가 열린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엑셀 런던 노스아레나.

네 대의 탁구대 중 가운데 위치한 1·2번 테이블에는 현 세계랭킹 1위 장지커(중국)와 유럽의 강자 블라디미르 삼소노프(14위·벨라루스) 등 최고의 스타 선수들이 각각 나섰지만 이날 가장 뜨거웠던 테이블은 따로 있었다.

경기장 오른쪽 끝 3번 테이블에서 만난 선수는 ‘수비달인’ 주세혁(10위·삼성생명)과 북한의 에이스 김혁봉(77위).

탄탄한 수비와 날카로운 드라이브를 겸비한 화려한 플레이로 국제대회에서 팬을 몰고 다니는 주세혁만으로도 팬들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지만 이번 런던올림픽 첫 번째 남북대결이라는 사실이 더해지자 관중의 시선은 3번 테이블에 집중됐다.

경기 시작 전부터 응원석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선수단을 위해 마련된 응원석 한편에 이기흥 단장과 박종길 태릉선수촌장, 조양호 대한탁구협회장, 유남규 남자 대표팀 감독 등 임원을 비롯해 유승민(삼성생명), 김민석(인삼공사) 등 대표선수와 팀 관계자들이 자리했다.

뒤이어 북한의 김진명 감독과 대표선수인 장성만(59위), 김성남(181위)이 같은 줄에 앉았다.

양팀 선수들은 지난해 11월 카타르에서 열린 피스 앤드 스포츠컵에서는 한 팀으로 뛰는 등 여러 국제대회에서 마주치며 친분을 다져온 사이.

하지만 이날은 맞대결을 앞둔 만큼 별다른 대화 없이 간단한 인사만 나눴을 뿐이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몇 사람이 더 도착하자 북한 선수단은 아예 두어줄 뒤로 자리를 옮겨버렸다.

한국 취재진에게도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첫 남북대결 소감을 묻자 한 선수단 임원은 “너희 선수도 잘하는데 거기나 취재하라우”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주세혁과 김혁봉의 경기가 시작되자 응원 열기는 본격적으로 달아올랐다.

김혁봉의 드라이브를 주세혁이 커트수비로 막아세우고 주세혁의 역습을 김혁봉이 맞받아치는 등 치열한 접전이 이어지자 관중석은 선수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첫세트를 내준 주세혁이 2·3세트를 가져가자 선수단 응원석에서는 “주세혁 잘한다~!”, “혁봉이 침착하라” 하는 고함 소리가 함께 터져나왔다.

이어 김혁봉이 주세혁의 연속 스매싱을 막아내며 4·5세트에서 따내자 북한 선수단은 “김혁봉 그대로 가자!”며 목소리를 높였고 한국 선수단도 질새라 태극기를 흔들며 주세혁에게 힘을 실었다.

이어진 6세트.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주세혁이 5-8까지 밀리다 과감한 포어핸드 공격으로 10-10 듀스를 만들어내자 남측 관계자들은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고 북측은 탄식을 쏟아내는 등 또다시 희비가 엇갈렸다.

관중의 응원을 업은 주세혁은 세 차례 더 듀스를 만들어내며 막판까지 추격해봤지만 결국 13-15로 6세트를 내주고 탈락의 쓴잔을 들이켰다.

반면 한국 톱랭커인 주세혁을 상대로 ‘테이블 반란’에 성공한 김혁봉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승리를 만끽했다.

이긴 쪽은 북한이었지만 승리의 여운을 즐길 새도 없이 도망치듯 응원석을 빠져나갔다.

경기를 마친 김혁봉 역시 믹스트존 인터뷰 요청에 웃음을 보이긴 했지만 “경기 다 끝나고 (인터뷰)하자”고 말하는 임원에 이끌려 황급히 경기장을 벗어나야 했다.

여유와 의연함을 보인 쪽은 패자인 주세혁이었다.

주세혁은 “경기 감각을 빨리 찾지 못해 초반에 자신감을 잃고 쫓기듯 경기했던 것 같다”며 “반면 김혁봉은 실수가 없었다”며 첫 판 탈락의 아쉬움을 곱씹었다.

그는 “남북대결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긴장하지는 않았고 전반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며 “아깝긴 하지만 단체전에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오늘 패배를 설욕할 수 있도록 단체전을 잘 준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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