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이 金 메쳤다

노장이 金 메쳤다

입력 2012-08-02 00:00
수정 2012-08-02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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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남, 男유도 90㎏급… 33세 첫 올림픽 무대서 쾌거

먼 길을 돌아왔다. 투기 종목인 유도에서 환갑이나 다름없는 서른셋에 처음 올림픽 무대에 섰다. 마지막일 거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의지의 사나이’ 송대남(33·남양주시청)은 마침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송대남이 2일 영국 런던의 엑셀 노스아레나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남자 유도 90㎏급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동서지간인 정훈 감독과 울먹이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송대남이 2일 영국 런던의 엑셀 노스아레나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남자 유도 90㎏급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동서지간인 정훈 감독과 울먹이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실력은 늘 세계 정상권. 하지만 한 끗이 부족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는 권영우에게 밀렸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선발전에선 ‘굴러온 돌’ 김재범에게 밀렸다. 당시 김재범은 올림픽을 10개월 남기고 왕기춘(포항시청), 이원희(용인대 교수) 등 강자들이 득실거리던 73㎏급에서 체급을 올려 세계 1위 송대남을 누르고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상실감이 너무 컸던 탓에 2008년 5월 대표선발전이 끝난 뒤 도복을 벗기도 했다. 그러길 반 년. 정훈 남자대표팀 감독의 설득으로 그해 말 다시 도복을 고쳐 입었다. 이듬해 1월 파리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하며 ‘짧고 굵은’ 슬럼프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불운은 끝이 아니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코앞에 두고 무릎 부상으로 양쪽에 인공 인대를 이식했다.

정 감독은 “무릎 수술을 받고 일주일 만에 걷더니 한 달도 안 돼 재활에 들어갔다. 그리고 50일 만에 본 운동을 시작했다. 의지의 사나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지난해 3월 송대남은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김재범과 피말리는 경쟁을 펼치던 81㎏급을 버리고 올림픽 꿈을 이루고자 도박을 감행한 것. 남들은 은퇴를 고민할 나이에 그는 낯선 90㎏급으로 옮겼다. 그리고 ‘신예’ 이규원(용인대)을 제치고 극적으로 런던행 티켓을 쥐었다.

경기가 끝난 직후 뜨거운 눈빛 교환에서 눈치를 챘을지도 모르겠다. 송대남과 정 감독은 동서지간이다. 정 감독 부부 집에 인사 온 송대남이 처제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 성실하고 듬직한 송대남을 예뻐하던 정 감독은 이미 여러 차례 여자를 소개했지만 그때마다 퇴짜(?)를 맞았다고. 하지만 우연히 만난 송대남과 처제는 불꽃처럼 타올랐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결혼식을 올렸다. 올림픽 직전 아들도 낳았다. 역경에 부딪힐 때마다 자신을 다잡아줬던 은인이자 손위 형님의 못 이룬 꿈(정 감독은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동메달리스트다)을 동서는 금메달로 보답했다.

런던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2-08-0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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