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동안 러시아 전훈 특효..하루 10시간 맹훈련으로 부상 극복
외모는 가냘프나 투지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악바리’ 손연재(18·세종고)가 마침내 한국 리듬체조 역사에 새 페이지를 장식했다.손연재는 10일(현지시간)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끝난 개인종합 예선에서 볼, 후프, 곤봉, 리본 등 4개 종목 합계 110.300점을 받아 참가 선수 24명 중 6위를 차지하고 10명이 겨루는 결선에 진출했다.
2012 런던올림픽을 마치고 돌아온 체조요정 손연재가 14일 오후 인천공항 입국장을 나와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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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결선에 진출한 손연재는 11일 오후 1시30분(한국시간 11일 오후 9시30분)부터 열리는 결선에서 대망의 메달에 도전한다.
올림픽 출전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한 그는 본선 무대에서도 2차 목표로 삼은 결선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면서 리듬 체조 시작 후 8년간 간직해 온 꿈을 하나씩 런던에서 현실로 이뤄내고 있다.
손연재의 성공은 근성과 전략의 승리로 요약된다.
그는 올림픽 경기 중에도 자신의 연기 차례 직전까지 훈련에 몰두하는 고도의 집중력으로 결선 진출 목표를 이뤄냈다.
남다른 승부욕을 갖춘 손연재는 1년 반 동안 리듬체조 메달의 산실인 러시아 노보고르스크 훈련센터에서 이 종목 최강의 러시아 선수들과 훈련하며 기량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세계무대 등장 2년 만에 ‘도마의 신’으로 자리매김한 양학선(20·한체대)처럼 단기간 급부상한 점이 눈에 띈다.
손연재도 런던올림픽 출전의 가장 큰 원동력은 러시아 훈련이었다고 밝힐 만큼 비싼 돈을 들인 ‘과외 공부’는 즉효를 발휘했다.
광장중학교 시절부터 메달을 싹쓸이하며 차세대 유망주로 발돋움한 손연재는 리듬체조 명문 세종고에 진학 후 세계로 눈을 돌렸다.
첫 시니어 무대였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탄력은 받은 손연재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선수로 뻗어가려면 러시아 선수들과 훈련해야겠다고 결단 내렸다.
이후 지난해 1월 노보고르스크 훈련센터로 혈혈단신 떠났다.
러시아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리듬체조가 정식 종목이 된 이래 2008년 베이징 대회까지 금메달 6개를 가져간 최강국이다.
10살 때 리듬체조를 시작해 거의 매일 10시간이 넘게 강도 높은 훈련을 치러온 손연재는 노보고르스크 훈련 센터에서 고난도 기술을 배우고 세기를 다듬는 데 치중했다.
또 매니지먼트 회사 IB 스포츠의 지원 속에 유럽에서 열리는 각종 대회에 출전, 기량을 키우고 심판들에게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키는 데 전력했다.
어깨너머로 러시아 선수들의 기술과 체력 안배 요령 등을 터득하며 손연재는 서서히 세계 정상권을 향해 도약을 준비했다.
심판들에게 인지도를 높여가던 그는 마침내 런던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종합에서 11위를 차지해 상위 15명에게 돌아가는 런던행 티켓을 자력으로 따냈다.
손연재의 인기가 높아지자 국내에서도 수많은 ‘삼촌팬’이 열렬한 지지자를 자처하고 나서는 등 손연재는 리듬체조의 인기를 높이는데도 큰 몫을 했다.
올림픽 출전을 확정한 손연재는 이후 목표를 결선 진출로 상향 조정하고 다시 한번 채찍질을 스스로 가했다.
한국에서 찍은 CF 광고비로 한 달에만 2천만원이 넘는 러시아 훈련비를 충당하며 ‘톱 10’에 대한 강렬한 의욕을 드러냈고, 올해 다섯 차례 출전한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시리즈에서 개인종합 10위 이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본선 무대에서 결선 진출에 청신호를 켰다.
허리와 발목 등 성한 곳이 없었으나 오로지 올림픽에서 일을 내겠다는 신념하에 투혼을 발휘하며 악재를 이겨냈다.
특히 후프에서 기량이 급성장하면서 점수대가 치솟았다.
손연재는 4월 러시아 펜자에서 열린 월드컵시리즈에서는 개인종합 4위로 최고의 성적을 냈고 5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대회에서는 전 종목에서 28점대를 받고 개인종합 점수를 112.900점까지 끌어올렸다.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손연재는 런던올림픽 예선 첫날인 9일(현지시간) 후프와 볼에서 완벽에 가까운 실력을 뽐내며 중간 순위 4위로 올라섰고 10일 큰 실수 없이 곤봉과 리본 연기를 마쳐 전인미답의 고지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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