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 기자의 런던 eye] 軍 징병제 폐지한다고 올림픽 향한 열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김민희 기자의 런던 eye] 軍 징병제 폐지한다고 올림픽 향한 열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입력 2012-08-08 00:00
수정 2012-08-08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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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국가대표 한순철(28·서울시청)에게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것은 군대였다. 링에서 사투를 벌이는 동안 그의 머릿속을 맴돈 것은 “군대에 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런던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하면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어린 아내와 딸의 먹고살 길이 막막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올림픽축구 대표팀의 수문장 이범영(23·부산)에게 군대는 일생일대의 승부를 승리로 이끌어준 최고의 자극제였다. 영국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선방을 펼쳤던 그는 “경기 전 라커룸에서 ‘이등병의 편지’가 흘러나왔다. 아마 병역 혜택을 생각하면서 힘을 내자는 퍼포먼스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외신들은 “병역 혜택을 받으려는 한국선수들의 집중력이 영국을 꺾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런던올림픽에 참가한 한국선수단의 화두 하나는 군대다. 한국 남자라면 누구나 짊어지는 병역 의무이지만, 몸이 재산인 운동선수들에겐 더욱 높다란 장벽이다. 군대에 가기 싫어서 운동을 열심히 했다는 선수들의 솔직한 목소리들이 나오는 걸 보면 시대가 많이 바뀌긴 했다. 그동안 군 면제는 남자 선수들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되긴 했지만 대놓고 공론화하기에 버겁고 껄끄러운 주제였다.

황금 같은 선수생활의 나날을 군생활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선수들의 절절한 바람을 이해하는 국민도 적지않다. 이는 군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는 방증일 터다. “모든 남자는 군대를 가야 한다.”는 당위에서 “왜 꼭 군대를 가야 하나.”는 의문이 더해지고 있는 게 요즘 분위기다.

외국처럼 다양한 대체복무의 선택지도 없는 한국의 징병제는 어쩌면 이미 낡은 틀인지 모른다. 남과 북의 대치 상태는 이미 반세기를 지나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방위산업이 최첨단을 달리는 요즘에 20대 청년들을 일제히 모아 훈련시키는 것은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누구는 양심적 병역 거부로 ‘빨간줄’이 그어지기도 하고, 누구는 평생의 업으로 삼은 운동을 포기해야 하며, 또 누구는 사랑하는 이들과 생이별을 하고….

징병제를 폐지한다고 해서 올림픽에 나서는 우리 선수들의 결의가 엷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병역혜택 말고도 선수들이 올림픽이란 축제를 제대로 즐길 이유는 차고 넘친다. 한순철과 이범영의 환한 미소를 보며 기자는 열심히 군 복무를 하고 있을 수많은 청년들을 떠올렸다.

ha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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