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페스트’ 주제가 올림픽 정신과 부합” “대중음악은 대영제국을 떠받치는 힘”
28일(한국시각) 새벽에 열린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식은 영국이 셰익스피어가 서막을 열고 비틀스가 대미를 장식했다.따라서 이번 개막식은 영국이 자랑하는 클래식과 대중문화를 적절히 배합하는 방식으로 영국의 역사와 가치를 홍보하는 한편, 이를 통해 올림픽 정신을 구현하고자 한 흔적을 엿보이게끔 기획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회 개막은 셰익스피어 몫으로 돌아갔다. 그의 희곡 ‘더 템페스트(The Tempest)’에 보이는 대사 ‘두려워하지 마라. 영국이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할 것이다(Be not afeard; the isle is full of noises)’가 적힌 대형 ‘올림픽 벨’이 올림픽 서막을 연 것이다.
대회조직위는 왜 셰익스피어와 이 대사를 채택했을까?
한국셰익스피어학회장을 역임한 변창구 서울대 교수는 ‘더 템페스트’가 “사랑, 초월, 용서, 화해 등이고 모든 과거를 덮어두고 나아가자는 미래지향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라면서 “이는 올림픽 정신과도 맞을 뿐만 아니라 현재 어려움을 겪는 자국 국민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 교수는 같은 문화적 테마를 담고자 했지만 “공자를 등장시킨 지난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은 다소 교조적이고, 자기 중심적이었다면 ‘더 템페스트’를 활용한 이번 개막식은 민족적이거나 국수주의적인 색채를 배제하고 더 글로벌한 이미지를 줬다”고 평가했다.
현재 한국셰익스피어학회장인 박정근 대진대 교수는 “우리나라만 해도 1년에 셰익스피어 연극이 수백 편이 무대에 오를 정도로 셰익스피어는 ‘살아있는’ 인물”이라면서 “화합의 장인 올림픽에서 전 세계를 묶어줄 상징적인 인물로 셰익스피어를 활용한 것은 적절한 전략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개막식은 영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인 대중음악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도 이채로운 시도로 평가받았다. 특히 비틀스 멤머 폴 매카트니는 ‘헤이 주드’를 올림픽 주경기장을 찾은 8만명과 함께 열창함으로써 극적인 광경을 연출했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는 “’대영제국’을 떠받들어주는 것은 음악이고 영국은 음악강국”이라면서 이번 개막식은 “20세기 전 세계 음악시장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이룩한 나라임을 유감없이 보여준 현장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인기 록밴드인 악틱몽키스가 나와서 비틀스의 ‘컴 투게더’를 불렀고 각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 펫숍보이스, 아델, 비지스 등 영국이 자랑하는 문화유산을 토해내듯 보여줬다”면서 “특히 마지막에 폴 매카트니가 ‘헤이 주드’로 대미를 장식한 것은 장관이었다”고 말했다.
임진모는 특히 ‘헤이 주드’에 많은 의미를 부였다.
그는 “경기장 안의 모든 사람에게 유니티(통일성)를 부여하는 걸 보고 감탄했다”면서 “옛날 다른 올림픽 같으면 팝송이 개막식 피날레를 장식하지 못할 텐데, 영국은 록의 나라이고 대중음악의 나라이기 때문에 폴 매카트니가 노래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런 모습이 참 부러웠다는 임진모는 “이번 개막식의 핵심은 음악이고,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헤이주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음악 칼럼니스트 김영혁은 조금은 비판이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영국은 대중음악 분야에서는 그 어떤 나라보다 ‘대영제국’이란 말이 어울리는 나라”라면서 “대중음악 분야에서 특히 독보적인 영국만이 보여줄 수 있는 좀 더 특별한 공연에 대한 기대가 컸고 파격적인 무대를 기대했지만 실제 공연은 조금 보수적이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영혁은 “영국을 상징하는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가 무대를 마무리한 것은 당연한데, 그 외에는 선곡이 평범한 편이었고 모두 다 아는 히트곡을 나열한 데 지나지 않았다”면서 “70-80년대 인기 있었지만 지금은 잘 활동하지 않는 핑크 플로이드 같은 뮤지션들이 출연한다든지 하는 파격적인 무대를 연출할 수도 있었는데 아쉽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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