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투수라면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알아야 한다. 어제 만약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제 화풀이밖에 안 됐을 것이다.”

홍원기(51)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2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NC 다이노스와의 경기 직전, 전날 경기에 대한 총평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10-0으로 앞서던 키움은 전날 9회초 NC에 무려 7점을 내주며 하마터면 게임을 내줄뻔 했다. 홍 감독으로선 악몽 같은 경기였다는 의미다.

키움이 9회에만 7점을 내준 것이다. 상대 팀이 잘해 7점을 내줬다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 홍 감독으로선 덜 억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키움 불펜 투수들은 1안타 9사사구(볼넷 8, 몸에 맞는 공 1)로 스스로 무너졌다.

9회에 처음 등판한 박승주가 아웃 카운트 하나만 잡고 볼넷 3개와 몸에 맞는 공 1개를 허용했고, 이어 마운드에 올라온 베테랑 문성현은 타자 4명을 상대해 안타 1개와 볼넷 3개를 내줬다.

소방수로 조상우가 몸을 제대로 풀지도 못하고 등판, 또 볼넷 2개를 내줬으나 10-7로 급한 불을 껐다. 홍 감독은 경기에서 이겼지만 심정은 되레 ‘패장’ 같았다.

홈 감독은 “30년 가까이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어제 같은 경기는 처음이라 굉장히 당황했다”라면서 “이것 또한 현장 선택 미스였다. 결과에 대해서도 현장의 모든 책임”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투수 로테이션 잘못을 어느 정도 인정한 셈이다.

박승주와 문성현은 1군에서 말소됐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재정비 차원”이라며 “프로야구 투수라면 일단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알아야 한다”라고 따끔하게 질책했다.

이들에게 따로 메시지를 전달한 게 있냐는 물음에는 홍 감독은 “면담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분명히 있다”라면서 “어제 만약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제 화풀이밖에 안 됐을 것 같다. 선수들 스스로가 충분히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