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근·심경섭도 결국 국대 박탈
“운동 올인 개선하고 인권교육 병행을”배구연맹, ‘학폭’ 선수 영구제명 신설
지난달 2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인천 흥국생명과 서울 GS칼텍스의 경기 전 팬 투표로 올스타에 선정돼 트로피를 든 흥국생명 이재영(왼쪽)과 이다영. 2021.2.15 연합뉴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16일 OK금융그룹의 송명근, 심경섭에 대해서도 국가대표 자격 무기한 박탈을 결정했다. 쌍둥이 자매에 이어 이들에게도 국가대표 자격 박탈을 결정한 것은 이들이 은퇴 후 지도자로 활동하는 것을 제한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학폭’ 이력이 붙은 가해자는 지도자로 활동하기 어렵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국배구연맹(KOVO)도 이날 긴급비상대책회의에서 학폭 선수에 대해 영구 제명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신무철 KOVO 사무총장은 “관련 규정은 신설 후 효력을 가진다”며 “이미 가해 사실이 밝혀진 선수들에겐 관련 징계를 내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문화체육관광부는 학폭과 연관된 선수가 더이상 체육계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학교운동부 징계 이력을 통합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학교부터 국가대표 과정 전반까지 폭력이 근절되도록 문체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와 기관에서 각별하게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OK금융그룹 심경섭(왼쪽)과 송명근. 한국배구연맹
쌍둥이 자매와 송명근 등은 어린 시절부터 상급생 선수와 합숙 생활을 하며 온갖 잔심부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도자와 선수, 선수와 선수 간 폭력을 지도자가 막지 못하면서 폭력이 대물림되는 구조를 만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학폭 가해 사실을 인정한 송명근은 고교 시절 ‘맞는 게 싫어서’ 합숙소를 떠나 사흘간 가출한 적이 있는 ‘피해자’이기도 했다.
정용철 서강대 스포츠심리학 교수는 “같은 학년 동료 선수라 해도 선수의 기량이나 인맥에 따라 권력관계가 작동하는 셈”이라며 “운동을 잘하는 선수나 주전급 선수는 잘못에 대해 관대한 처분을 받고 이런 행위가 용인되는 문화 안에서는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 인권 감수성과 폭력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만큼 체육계도 이에 대한 분명한 실천 의지를 보여야 한다. 메달을 따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구조가 폭력을 유발하는 만큼 폭력에는 용서가 없다는 단호함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함은주 스포츠인권연구소 연구원은 “운동선수를 합숙소 등 한곳에 몰아넣고 운동만 시키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문제는 반복될 것”이라며 “학교에서 다양한 학생, 교사와 관계를 맺으면서 자연스럽게 인간관계와 인권 감수성 등을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2021-02-17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