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거스타에는 마스터스, 경기 파주엔 마스터스급 ‘그린 콘서트’

미국 오거스타에는 마스터스, 경기 파주엔 마스터스급 ‘그린 콘서트’

최병규 기자
입력 2019-05-20 21:04
수정 2019-05-20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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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번째 생일 맞는 ‘문화코드 1번지’ 25일 재개장

첫 해 관람객 1500명에서 지난해 4만 5000명 .. 해외도 3000명
이석호 대표 “통일에 대비한 남북의 융·통합 음악회로 발전” 포부
지난해 5월 경기 파주 서원밸리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16회 그린콘서트 모습. [서원밸리 컨트리클럽 제공]
지난해 5월 경기 파주 서원밸리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16회 그린콘서트 모습. [서원밸리 컨트리클럽 제공]
매년 5월의 마지막 주말이면 경기 파주땅이 들썩인다. 이미 열 여섯 차례나 있었던 일이다. 처음엔 보잘 것 없는 미동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4만 5000명이 한 번에 내지르는 ‘떼창’ 가락을 타고 산과 들이 요동쳤다.

지난 2000년 경기 파주시 광탄면 산자락에 자리잡은 서원밸리 컨트리클럽에서 시작된 그린콘서트가 오는 25일 17회째를 맞는다. 이 골프장 오너인 대보그룹 최등규 회장(72)이 레저신문 이종현 편집장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첫 발을 떼었다.

20일 서원밸리 컨트리클럽 1번홀이 내려다보이는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이석호(62) 서원밸리 컨트리클럽 대표이사는 두 해를 거르고 19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이 음악회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비유했다.
서원밸리 컨트리클럽 이석호 대표이사.
서원밸리 컨트리클럽 이석호 대표이사.
그는 “해마다 4월 둘째 주말이면 마스터스를 보기 위해 미국 조지아주 북쪽의 작은 마을 오거스타에 수 만명의 갤러리가 몰린다”면서 “한국에서는 5월의 마지막 주말 이 음악회를 보기 위해 역시 수 만명이 파주 광탄면의 작은 마을을 찾으니 이 정도면 적절한 비유 아니겠느냐”며 껄껄 웃었다. 사실 지난해 행사 규모만 보면 ‘마스터스급’이라는 그의 말은 틀리지 않다.
지난해 5월 제16회 그린 콘서트 당시 행사장인 서원밸리 컨트리클럽 페어웨이에 마련된 주차장을 가득 메운 관람객 승용차들. [서원밸리 제공]
지난해 5월 제16회 그린 콘서트 당시 행사장인 서원밸리 컨트리클럽 페어웨이에 마련된 주차장을 가득 메운 관람객 승용차들. [서원밸리 제공]
이 대표는 “19년 전 마을 주민 1000여 명을 모아놓고 시작된 ‘그린 콘서트’를 지난해에는 4만 5000명이 찾았다. 열 여섯 차례를 치르는 동안 누적 관람객은 무려 40만명에 이른다”면서 “골프와 골프장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을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이 음악회는 이제 국경과 남녀노소, 이념은 물론 장애인과 비장애인까지 함께 하는 ‘문화코드 1번지’로 자리잡았다”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에는 또 일본과 중국, 대만, 미국, 필리핀 등에서 3000여명이 날아와 K-Pop 스타들의 숲속 콘서트를, 지역 특성상 유독 이 지역에 많은 다문화 가정을 비롯해 주위의 군 부대원들까지 평화와 나눔의 콘서트를 즐겼다”면서 “음악회에 앞서 열리기 자선바자회 등으로 번 수익금 6억 여원은 이 지역 보육원과 사랑의 휠체어 보내기 운동본부 등에 전액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가수 세 명으로 시작한 ‘그린 콘서트’는 재능기부에 나선 가수들의 등용문이기도 했다. 3년 전에는 BTS(방탄소년단)이 이 무대에 서면서 이름을 알렸다. 올해는 AB6IX(에이비식스)를 비롯한 28개팀이 매머드급의 무대를 꽉 채운다.
K-Pop 아이돌그룹 AB6IX(에이비식스).
K-Pop 아이돌그룹 AB6IX(에이비식스).
이석호 대표는 “이 행사 때문에 입는 1억 5000만원의 하루 영업손실보다 골프장에서 펼쳐지는 유일무이한 이 콘서트를 향후 어떻게 더 키워나가느냐가 큰 고민”이라면서 “화합과 나눔으로 시작된 이 행사가 가까운 미래 통일에 대비한 남북의 융·통합 음악회로 발전되지 않겠느냐”고 또 다른 그림을 그렸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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