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징계’ 오점 박태환, 최악은 피했지만…

‘약물 징계’ 오점 박태환, 최악은 피했지만…

입력 2015-03-24 02:59
수정 2015-03-24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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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회 대표선발 규정·경기력 유지 등이 명예회복 걸림돌

한국 수영사를 새로 써 온 박태환(26)이 약물 탓에 자신의 수영 인생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박태환은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타나 23일(현지시간)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선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징계는 소변샘플을 채취한 날인 지난해 9월 3일 시작돼 이후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박태환이 획득한 은메달 하나와 동메달 5개도 모두 박탈당했다.

박태환은 수영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에서 세계를 놀라게 한 보물이다.

그는 2007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에서 호주 수영영웅 그랜트 해켓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하며 한국 수영 선수 중 최초로 월드 챔피언이 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자유형 400m 금메달, 자유형 200m 은메달을 목에 걸며 다시 한번 한국 수영사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한국수영이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처음 경영 종목에 도전장을 내민 이후 44년 만에 처음 수확한 메달이 금빛이었다.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출전한 세 종목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하며 좌절도 맛봤다.

하지만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자유형 100m·200m·400m에서 우승해 다시 3관왕에 오르며 부활을 알렸다. 2011년 상하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자유형 400m에서 금빛 물살을 갈라 4년 만에 월드 챔피언 자리를 되찾았다.

2연패를 노린 2012년 런던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는 예선에서의 실격 파동을 딛고 역영을 펼쳐 은메달을 수확했다.

하지만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그가 공들여 쌓아온 탑에 한순간에 금이 갔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 직전 받은 박태환의 소변샘플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약물이자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됐다. 그러자 박태환 측은 지난해 7월 말 서울 중구 T병원에서 맞은 ‘네비도(nebido)’ 주사제 때문이라면서 지난 1월 병원장 김모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이후 검찰은 김 원장이 부작용과 주의사항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도핑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박태환에게 주사한 것으로 보고 병원장 김 씨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스물다섯살 청년이 아시안게임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갱년기 치료에 쓰이는 주사를 왜 맞았는가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밝혀진 것이 없어 그를 응원하던 이들조차 답답하게 했다.

박태환이 도핑에 적발된 게 이번이 처음이고, 고의로 투여한 것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선수로서 주의 및 예방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도핑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강조하는 추세를 살피면 FINA의 1년6개월 자격정지는 박태환 측의 입장을 많이 받아들인 처분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수영계 안팎의 시각이다.

박태환이 일반적인 징계 수준인 2년 자격정지만 됐어도 내년 8월 열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은 불가능했다. 박태환으로서는 은퇴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컸다.

다만, 1년 6개월 자격정지 징계가 풀려도 당장 박태환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할 수는 없다.

’체육회 및 경기단체에서 금지약물 복용, 약물사용 허용 또는 부추기는 행위로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명시한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마련된 이 규정이 ‘이중 징계’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위해 규정을 바꾼다면 형평성 논란으로 다시 한 번 시끄러울 수 있다.

또한, 우여곡절 끝에 명예회복의 기회를 준다 해도 자격정지 기간에는 대회에 참가할 수 없는 박태환이 개인훈련만으로 얼마만큼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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