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한국 넘은 대만, 경기 지고도 ‘축제 분위기’

[WBC] 한국 넘은 대만, 경기 지고도 ‘축제 분위기’

입력 2013-03-06 00:00
수정 2013-03-06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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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처음으로 2라운드에 진출한 대만은 마지막 경기에 패배하고도 열렬한 축제 분위기에 흠뻑 젖었다.

한국과 대만의 1라운드 B조 마지막 경기가 벌어진 5일 타이중의 인터컨티넨탈 구장.

한국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삼성)이 대만 린저쉬안을 2루수 플라이로 잡아내자 관중석을 가득 메운 2만여 관중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응원 도구를 두드리며 환호성을 질렀다.

곳곳에서 폭죽이 터지고 꽃가루가 흩날렸고, 선수들을 부르는 외침이 곳곳에 울려 퍼졌다.

대만 선수들도 일제히 그라운드 위로 걸어나와 환호에 답했다.

이날 경기는 8회 3점을 뽑아낸 한국의 역전승으로 끝났지만 그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경기에는 졌지만, 한국이 대승을 거두지 못하면서 2라운드 진출 팀은 대만으로 결정 났기 때문이다.

대만이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1라운드를 통과하는 순간이었다.

특히 매번 아시아 라운드에서 넘어서지 못하던 한국의 벽을 넘어섰기에 기쁨은 더욱 컸다.

대만은 2006년 제1회 대회에서 한국에 0-2, 일본에 3-14로 져 2라운드 진출이 좌절됐다.

2009년 제2회 대회에서도 한국과의 1차전에 0-9로 완패하면서 시작과 동시에 기세가 꺾인 아픔이 있다.

그 뿐만 아니라 2008년 베이징올림픽 예선·본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 지난 몇 년간 한국이 정예 멤버를 동원한 대회에서는 번번이 패배해 ‘공한증’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이번에야말로 굴욕에서 벗어나겠다며 해외파 선수를 대거 불러모으는 등 의욕을 보인 대만의 승리욕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대패만 면하면 되는 상황이었음에도 경기 전 기자회견부터 상당한 경계심을 드러낸 대만 셰창헝 감독은 43구밖에 던지지 않은 선발 양야오쉰을 3회 일찌감치 내리며 흐름을 내주지 않으려 애썼다.

대만 선수들도 내야 타구를 치고는 1루까지 전력질주하는 등 강한 필승 의지를 드러냈다.

관중석도 마찬가지였다.

관중들은 조금이라도 한국 선수들의 기를 죽여놓겠다는 듯이 대만 선수에겐 열띤 응원을, 한국 선수에겐 맹렬한 야유를 보냈다.

한국을 자극할 만한 문구나 그림으로 장식한 응원용 플래카드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대만이 1회 WBC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 점수를 뽑아내고 4회 추가점까지 얻자 관중석의 분위기는 더욱 후끈 달아올랐다.

사실상 한국이 전세를 뒤집을 마지막 기회인 8회말 공격에 투수 궈훙즈가 등판하자 기립 응원을 보내는 관중의 목소리에 경기장은 떠나갈 듯이 울렸다.

결국 한국이 강정호의 역전 투런포에 힘입어 경기를 뒤집었지만, 상대를 누르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는 것을 아는 선수와 관중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승이라도 거둔 것처럼 경기를 마친 뒤에도 주변에는 한참 동안 관중들의 응원 구호와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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