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도하 악몽’ 7년 만에 답습한 ‘타이중 참사’

[WBC] ‘도하 악몽’ 7년 만에 답습한 ‘타이중 참사’

입력 2013-03-06 00:00
수정 2013-03-06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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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대표팀이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1라운드에서 1차전 완패의 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탈락했다.

한국은 5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구장에서 끝난 B조 세 번째 경기에서 대만에 3-2로 이겨 1라운드 전적 2승1패를 거뒀다.

대만, 네덜란드와 동률을 이뤘으나 득점과 실점 차이에서 밀려 두 팀에 2라운드(8강) 출전 티켓을 내줬다.

2006년 초대 대회에서 4강에 오르고 2009년 2회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야구 강국의 반열에 오른 한국은 이번 세 번째 도전에서 첫 우승을 향해 힘차게 발진했다.

그러나 ‘복병’ 네덜란드와의 1차전에서 0-5로 패해 순식간에 벼랑 끝에 몰렸다.

호주를 6-0으로 꺾고 기사회생했으나 6점차 이상 대승을 해야 2라운드 진출을 바라볼 수 있던 대만과의 일전에서 3점을 뽑는데 그쳐 참담한 결과를 안고 대회를 마감했다.

외형적인 성적은 나쁘지 않지만 한 수 아래로 여긴 대만, 네덜란드에 밀려 2라운드에도 오르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타이중 참사’로 부를 만하다.

금메달 목표를 향해 야심 차게 출발했으나 대만과 사회인 야구 선수로 구성된 일본에 잇달아 패해 겨우 동메달에 머문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의 악몽과 흡사하다.

좌완 에이스 류현진(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추신수(신시내티 레즈) 두 메이저리거와 왼팔 김광현(SK)·봉중근(LG) 등 국제대회에서 실적을 남긴 투수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한국 대표팀은 1∼2회 대회 때만큼 강한 전력을 꾸리지 못했다.

하지만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전력이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는 말은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류중일 감독은 대표 선수 28명을 지난해 말 일찌감치 뽑아 스스로 페이스를 끌어올릴 시간을 줬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대회 직전 대만에서 치른 6차례 연습경기와 본선 3경기를 합쳐 9경기에서 한 번도 화끈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컨디션 조율 실패가 한국의 1차 패인이다.

1차전의 중요성을 간과한 2차 패인은 류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과 선수들이 나눠서 져야 한다.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신구 조화를 이룬 호화 멤버로 나섰으나 첫 상대 대만에 2-4로 패해 금메달 꿈을 접었다.

일본의 사회인 야구 선수들에게 7-10으로 져 은메달 목표도 물거품이 됐다.

’도하 참사’를 발판삼아 이후 꾸려진 대표팀은 국제대회 1차전에 사활을 걸었다. 1차전을 산뜻하게 열어야 분위기가 살기 때문이다.

2007년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예선·2009년 WBC 아시아예선·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08년 베이징올림픽 최종 예선, 본선에서 한국은 각각 대만,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 등 1차전 상대를 차례로 꺾고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좋은 성적을 냈다.

반대로 1차전을 패한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대만 4-5)와 이번 WBC에서 한국은 쫓긴 탓에 이후 경기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사령탑인 류 감독은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 5개국 프로야구 챔프전인 아시아시리즈 1차전에서 대만의 라미고 몽키스에 0-3으로 무릎을 꿇어 결승조차 오르지 못하는 뼈아픈 경험을 했음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투타에서 경기가 좀처럼 풀리지 않던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류 감독과 코치진은 승리를 거둘 수 없다면 실점을 최소화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경기를 운영했어야 했지만 5점이나 준 바람에 대만과의 마지막 경기가 큰 부담이 되고 말았다.

승리가 절실한 1차전에서 실책을 4개나 저지르고 자멸한 선수들의 안일한 마음가짐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결국 동률팀 순위를 가리는 대회 요강에 따라 득점과 실점 차를 계산하지 못한 선수단의 전략 부재가 한국의 앞길을 막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신화, 2009년 WBC 준우승으로 어느새 한국 야구인의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은 자만심, 치밀하지 못한 전력 분석 등은 3차 패인으로 꼽을만하다.

네덜란드가 롯데에서 뛴 투수 라이언 사도스키에게서 한국 선수들의 특성을 세세히 전달받은 것과 달리 한국은 대만에서 열린 네덜란드 선수들의 평가전 몇 경기만 보고 분석을 급조했다.

이렇듯 역대 최고 대우를 받은 선수, 코치진과 지원스태프의 WBC를 임하는 준비는 생각보다 많이 부족했다.

9구단 NC 다이노스의 합류로 마련된 새로운 토대에서 관중 800만명 돌파를 향해 닻을 올린 2013 프로야구가 WBC에서의 부진으로 흥행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늘게 생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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