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핵심종목 탈락…韓 레슬링도 ‘망연자실’

올림픽 핵심종목 탈락…韓 레슬링도 ‘망연자실’

입력 2013-02-13 00:00
수정 2013-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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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레슬링이 올림픽 ‘핵심종목(Core Sports)’의 지위를 잃어버리자 국내 레슬링계도 예상을 깬 결과에 경악하고 있다.

레슬링을 올림픽 핵심종목에서 제외한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결정은 전 세계 레슬링인들에게 ‘날벼락’과 같은 소식이다.

운명을 가르는 집행위원회가 열리기 직전까지도 레슬링 관계자들은 올림픽에서 빠질 수 있다는 낌새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집행위원회를 앞두고 해외 언론에서 조금씩 퇴출 가능성이 있는 종목으로 레슬링을 거론하기 시작했지만 ‘그럴 리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기본적으로 레슬링은 고대 올림픽부터 이어지는 긴 역사를 지닌데다 ‘더 빠르게, 더 높이, 더 강하게’라는 올림픽의 이상 중 한 축을 담당한다는 자존심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종목 내부에서 유럽세가 강한 만큼 IOC를 향해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대한레슬링협회의 한 관계자는 “국제레슬링연맹(FILA)에서도 퇴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가 나온 바 없다”면서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 IOC 차원의 논의가 나올 때에도 레슬링이 화제에 오른 적은 없었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줄곧 제기된 ‘재미없다’는 비판이 결국 레슬링인들의 예상을 뒤엎고 종목의 운명을 뒤바꿔 놓고 말았다.

이 관계자는 발표 직후 “이런 일이 있으려면 그전에 자료를 제출하라고 하든지 뭔가 절차를 밟았어야 할 텐데 전혀 없었지 않으냐”며 연방 한숨만 내쉬었다.

레슬링의 올림픽 탈락은 해당 종목은 물론이고 한국 스포츠 전체에도 큰 타격이다.

레슬링은 한국 스포츠에 첫 올림픽 금메달을 선사하는 등 ‘메달밭’ 역할을 한 전통의 효자 종목이기 때문이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에서 양정모가 자유형 62㎏급 금메달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2004년 아테네 대회까지 매번 1~2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32년 만에 ‘노 골드’ 수모를 당했으나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 김현우(삼성생명)가 8년 만의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자존심을 회복했다.

긴 침체기에서 겨우 벗어난 상황에서 생각지 못한 타격을 받으면서 어렵게 만들어 놓은 레슬링 중흥의 기반도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만약 다른 7종목과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해 2020년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지 못하면 국가적인 차원의 지원은 물론이고 기업과 개인 등의 후원도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힘든 운동이라는 인식 탓에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판국에 지원까지 줄어들면 저변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레슬링은 전통의 효자 종목이라는 영광을 뒤로하고 당분간 ‘고난의 세월’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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