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는 재미가 없고 글로벌 스폰서도 없고 판정시비만 있다?’

올림픽 종목 태권도에 대한 그동안의 부정적 시각은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태권도는 ▲심판 판정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고 ▲관중의 흥미를 유발하지 못하는 데다 ▲마케팅 및 미디어 노출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세계태권도연맹(WTF)은 강도높은 개혁프로그램을 만들어 이 문제점들을 고쳐나가는 데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심판 판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려는 노력은 상당한 결실을 봤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는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전자호구시스템과 즉석비디오판독제를 도입해 판정에 대한 불신을 해소했다.

공격 중심의 경기 운영을 위해 경기장 크기를 줄이고 머리를 가격하는 공격은 최대 4점까지 주는 등 규정을 개정해 관중의 흥미도 끌어올렸다.

조정원 WTF 총재는 런던올림픽이 끝난 뒤 “헤드 기어에도 센서를 부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다음에는 신기술을 계속 도입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더욱더 발전한 새로운 태권도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와 달리 마케팅 및 미디어노출 측면에서는 변화가 더딘 편이다.

WTF는 마케팅을 통한 재정 강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공식적인 글로벌 스폰서 하나 구하지 못한 상황이다.

2005년부터 4년 동안 삼성과 연맹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었다. 2008년부터는 한국맥쿼리그룹과 후원 계약을 이어왔다.

하지만 호주에 기반을 둔 금융기업인 맥쿼리그룹과 WTF의 후원 계약은 올해로 끝난다.

WTF의 재정자립도는 취약한 편이다.

WTF의 한 해 예산은 50억∼60억원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부분 가맹 회원국이나 대륙연맹 지원에 쓰는 예산을 올림픽 TV방영권 수익금으로 충당해 왔다.

IOC는 하계올림픽국제경기연맹연합(ASOIF)이 나눈 올림픽 참가종목별 그룹(A∼E그룹)에 따라 TV방영권 수익금을 분배한다.

트라이애슬론과 함께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정식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태권도는 최하위인 E그룹이었다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부터 한 단계 위인 D그룹으로 등급이 조정됐다.

WTF는 E그룹이었던 2000년에는 300만 달러, 2004년에는 600만달러의 배당금을 받았고 D그룹에 포함된 2008년에는 800만 달러를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참가종목은 28개에서 26개로 준 대신 TV방영권 수익은 크게 늘어난 지난해 런던올림픽 배당금 액수는 더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올림픽 배당금을 제외하면 WTF가 순수 마케팅 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미미한 편이다. WTF로서는 글로벌 스폰서가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다.

미디어 노출을 포함한 대중성에 있어서도 태권도는 아직 올림픽 핵심종목에 걸맞은 수준은 아니다.

올림픽 입장권 판매나 웹사이트 방문자 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도 등에서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해왔지만 세계선수권대회 등 굵직굵직한 대회에서조차도 미디어에 의한 노출은 많이 부족한 편이다.

이는 그동안 판정 시비로 인한 잦은 경기 중단과 지연, 단순하고 지루한 경기 내용 등으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아온 영향이 적지 않다.

다만 WTF는 지난해 런던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데 이어 태권도가 올림픽 핵심종목에 포함되면서 글로벌 스폰서 확보는 물론 향후 미디어 노출 등에서도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