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출신 푸트 부르키나파소 감독 “실제규모 훨씬 크다”
“승부조작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큰 규모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선수들도 가담했다.”유럽 공동 경찰기구인 유로폴이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예선 등 전 세계적으로 680여 경기에 승부조작이 있었다고 발표해 축구계가 발칵 뒤집힌 가운데 실제 승부조작에 손을 댔던 현직 축구 감독이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충격적인 현실을 증언했다.
부르키나파소 대표팀 사령탑인 폴 푸트(57·벨기에) 감독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2013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축구대회에서 약체 부르키나파소를 15년 만에 4강으로 이끌어 명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승부조작을 저질러 한동안 축구계를 떠나야 했던 아픈 과거가 있다.
푸트 감독은 벨기에 1부리그 팀 리어르스의 감독 시절 2005년 두차례 리그 경기에서 2군 선수를 내보내는 방식으로 승부조작을 저질러 경찰에 적발됐다. 이 때문에 2007년 감비아 감독으로 다시 경기장에 돌아올 때까지 3년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가나와의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준결승전을 앞두고 6일(한국시간) AP 통신과 영국 BBC 방송 등 현지 취재진과 만난 푸트 감독은 “승부조작은 축구계에 항상 존재해왔으며 국제적으로 이름난 선수들도 승부조작에 가담할 정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축구를 하면서 많은 일을 봐왔는데 안타깝게도 (승부조작이 만연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이는 축구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 종목이 처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푸트 감독은 실제 승부조작 규모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더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실을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승부조작은 축구계 관계자들이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며 “사이클의 랜스 암스트롱이 비난을 한몸에 받고 있지만 사실은 모든 선수가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성토했다.
푸트 감독은 범죄조직의 협박과 구단 윗선의 압박에 몰려 승부조작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배후인물로 지목된 중국인 기업가 예저윈과 6개 구단 관계자를 포함해 40명가량이 조사를 받았지만 실제 자격정지 징계로 이어진 사례는 리어르스 팀과 푸트 감독뿐이었다.
푸트 감독은 “승부조작은 선수나 감독 혼자서 결정하는 게 아니라 팀 전체가 관여한다”며 “나도 구단 윗선으로부터 특정 경기를 포기하라는 압력을 받았고 마피아의 협박까지 받아 가족의 안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당시에 벨기에 축구는 완전히 썩어 있었다. 프로팀 모두 승부조작에 관련돼 있었지만 우리 구단과 나만 징계를 받아 모두가 놀랄 정도였다”며 “본보기로 처벌을 받은 셈이지만 징계기간이 지나면 축구 일을 다시 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참고 받아들였다”고 돌아봤다.
푸트 감독은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이렇게 다시 끄집어내는 것이 기분 좋을 리는 없다”면서도 “사람들이 승부조작의 현실이 어떤지 제대로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