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집게 같은 해설로 야구팬 즐겁게 할 것”

“족집게 같은 해설로 야구팬 즐겁게 할 것”

입력 2012-01-19 00:00
수정 2012-01-19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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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해설위원 된 야신 아들 김정준

“다른 이들이 더그아웃이나 스탠드 상단에서 경기를 지켜봤다면 전 줄곧 포수 바로 뒤에서 2000경기 이상을 관전했습니다. 보는 느낌이 확연히 다를 수밖에요.” 지난 18년 동안 프로야구 LG와 SK에서 전력분석가로 일해온 김정준(42)씨가 SBS-ESPN 해설위원으로 올 시즌부터 마이크를 잡는다. 지금까지 국내 야구 해설계는 화려한 선수 경력이나 입담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김씨는 탁월한 전력분석 능력으로 방송사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어쩌면 김씨에게 팬들의 눈길이 더 쏠리는 건 ‘야신’ 김성근(70) 고양 원더스 감독의 외아들이란 ‘타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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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년 동안 프로야구 LG와 SK에서 전력분석가로 일한 김정준씨가 올 시즌 해설위원 데뷔를 앞두고 18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실의 컴퓨터 앞에서 자료를 찾다가 활짝 웃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지난 18년 동안 프로야구 LG와 SK에서 전력분석가로 일한 김정준씨가 올 시즌 해설위원 데뷔를 앞두고 18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실의 컴퓨터 앞에서 자료를 찾다가 활짝 웃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LG·SK서 18년간 전력분석가

김 위원은 18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기자와 만나 “해 보고 싶었던 일이다. 색다른 관점의 해설을 통해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데뷔 시즌 준비로 바쁘고 흥분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스피치 학원에 다니며 모의 해설에 몰두하고 있는데 일주일에 두 차례, 지난해 경기 중 볼만한 경기를 골라 오프닝 멘트, 3이닝 해설, 클로징 멘트, 그리고 모니터링을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방송 메커니즘은 잘 모르지만 경기 도중 언제 치고들어가야 할지 타이밍을 잡는 게 가장 어렵다.”고 토로했다. 부친을 닮아 말수 적은 그가 마이크를 잡는 것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있다고 하니 “그런 성격과 해설은 전혀 별개”라고 일축했다.

●“삼성·KIA가 2강”

김 위원은 “전력분석 경험이 해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방송사에서도 이런 이유로 스카우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력분석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라고 했더니 “미리 경기를 하는 것과 같다.”고 답했다. 미팅을 통해 상대 타자와 투수 공략법 등을 상세히 일러 준다. 상대 투수가 최근 많이 던지는 공과 투구 패턴 등을 간파해 알려주는데 특히 투수의 자잘한 버릇을 족집게처럼 집어내는 것이 그의 특기다.

올 시즌 판도도 점쳤다. 삼성·KIA를 2강, 한화·두산을 2중으로 지목했다. 삼성은 전력 누수가 없는 상태에서 거포 이승엽이 가세했다는 점을 높게 쳤다. KIA는 기존 선수가 튼실한 데다 ‘선동열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해 준우승한 롯데는 거포 이대호와 에이스 장원준의 공백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내 생각으로 해설… 아버지 조언”

김 위원은 집안 분위기 덕에 자연스럽게 야구를 접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해 충암중학교에서 선수로 뛰다 갑자기 공부가 하고 싶어 충암고 1학년 때 글러브를 던졌다. 하지만 미련이 남아 2학년 때부터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워 나갔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1992년 LG에 입단해 내야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부상에 발목이 잡히면서 구단 프런트(전력분석)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2003년 SK로 옮기며 18년 동안 전력분석의 외길을 걸었다. 그는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SK가 홈에서 두산에 2연패를 당하자 삭발한 적이 있다. 부친의 생각을 느끼고 정리하기 위해서였단다. 여느 부자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대화가 없을 부자지간. 아들이 방송 해설가로 나선다는 소식에 부친은 “선수들의 얘기를 빌려 해설하기보다 네 생각을 얘기하라.”고 주문했다고 했다.

김 위원은 ‘야신’의 야구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이기는 야구”라고 딱 잘랐다. 주어진 여건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김 감독은 선발 투수 3명을 중시한다. 하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으면 변화를 준다. 쌍방울 감독 시절 중간계투 김현욱을 십분 활용한 것이 단적인 예다. 그는 부친의 야구 키워드로 ‘준비-열정-정성’을 꼽았다.

김 위원은 “그동안 한 팀에서만 생활해 단편적인 면을 많이 봤다.”면서 “방송 매체를 통해 다른 팀 선수들과도 소통하고 많은 관계자들을 만나 더 많이 배우고 해설에 반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다음 달 11일 국내 팀들의 전지훈련지 일본 오키나와로 떠나 선수들의 컨디션이나 팀의 짜임새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2012-01-19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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