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EFA 챔피언스리그] 행운의 여신, 누구에게 키스 할까

[UEFA 챔피언스리그] 행운의 여신, 누구에게 키스 할까

입력 2011-05-06 00:00
수정 2011-05-0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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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케04(독일) 랄프 랑니크 감독은 경기 직전 다소 모욕감을 느꼈을 수도 있겠다. 아무리 원정 1차전에서 2-0으로 이겨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에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이하 맨유)라 해도 주전 대부분을 제외한 ‘1.5군’, 혹은 ‘B팀’을 끌고 나오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을 것이기 때문.

그런데 랑니크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더 큰 좌절감에 휩싸였을 터. 샬케04는 5일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퍼드에서 벌어진 4강 2차전에서도 맨유에 1-4로 졌고, 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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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을 향한 일보 전진

1, 2차전 합계 6-1로 결승에 오른 맨유는 오는 29일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FC바르셀로나와 ‘빅이어’(결승컵)를 놓고 단판 승부를 벌인다. 바르셀로나와 맨유는 2008~09시즌 결승에서 만났고, 바르셀로나가 2-0으로 이겼다. 맨유는 2년 전 패배를 설욕하는 동시에 2007~08시즌 우승 뒤 3년 만의 정상 탈환의 기회를 잡았다.

맨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웨인 루니, 박지성, 네마냐 비디치, 리오 퍼디낸드 등 무려 9명의 주전을 아꼈다. 프리미어리그 우승의 마지막 문턱인 주말 첼시전에 대비한 포석이었다. 리그 선두 맨유는 첼시에 승점 3점 차로 쫓긴다. 또 전력 탐색을 위해 경기장을 직접 찾은 바르셀로나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을 허탈하게 만드는 부가적인 효과도 챙겼다.

●현대 축구의 ‘빅뱅’

맨유와 바르셀로나의 결승전은 현대 축구를 지배하는 두 흐름의 정면충돌이다. 맨유가 튼튼한 수비, 강인한 체력을 기본으로 속공을 앞세워 승부를 보는 ‘파워풋볼’ 최고봉에 서 있다면, 바르셀로나는 유려한 개인기와 패스, 강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높여 경기를 지배하는 ‘패싱게임’의 상징이다. 맨유는 측면 침투와 상대 진영의 좌우를 흔드는 빠르고 강한 롱패스로 공격을 펼치는 반면 바르셀로나는 중원에서의 짧고 빠른 패스로 점유율을 높인 뒤 상대의 빈틈을 파고든다. 수비에서도 맨유는 대인마크와 탁월한 몸싸움을 앞세워, 바르셀로나는 협력 및 지역방어로 상대를 막아낸다. 현대 축구의 양 극단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이는 두 팀의 승부는 향후 세계 축구의 흐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두 명장의 지략 대결도 관심

한국 선수라서가 아니다.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가 선발로 나오는 한 맨유의 키플레이어는 박지성이다. 바르셀로나에서 유일하게 자유로운 슈팅과 드리블이 허락된 ‘파울제조기’ 메시를 막으려면 지능적이면서도 뛰어난 활동력과 자제력을 갖춘 전담 마크맨이 필요하다. 적임자는 박지성이다. 박지성은 이미 2007~08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메시의 천적임을 증명했다. 퍼거슨, 과르디올라 두 명장의 지략 대결도 관심을 끈다.

퍼거슨 감독은 올 시즌 주전들이 줄줄이 부상을 당하는 악재 속에서도 적확한 용병술로 리그 선두를 이끌었고, 과르디올라 감독도 조제 모리뉴 감독이 이끄는 레알 마드리드의 추격을 뿌리치는 데 성공했다.

세계 축구의 ‘끝판대장’을 가리는 물러설 곳 없는 승부의 마지막에 웃는 자는 누구일까.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2011-05-06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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