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님이 두 명?”…명절마다 되풀이되는 ‘호칭 전쟁’ [돋보기]

“서방님이 두 명?”…명절마다 되풀이되는 ‘호칭 전쟁’ [돋보기]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6-02-16 15:10
수정 2026-02-1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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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을 앞두고 시가 호칭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특히 ‘도련님’ ‘서방님’ ‘아가씨’ 등 전통 호칭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16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글이 화제다. 결혼 3년 차 A씨는 “시고모가 초등학생인 남편 사촌 동생들에게 ‘도련님’ ‘아가씨’라고 부르라고 했다”며 “사극도 아니고 어린애들한테 허리 굽혀가며 존대하려니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얼마 전 결혼한 시동생의 호칭이었다. A씨는 “이제 ‘서방님’이라고 불러야 한다는데 도저히 입이 안 떨어진다”며 “남편을 부르는 말과 똑같은 호칭을 시동생에게 쓰라니, 난 서방님이 두 명이냐”고 반문했다.

A씨는 “남편은 제 동생들한테 편하게 이름 부르고 반말도 하는데, 저는 왜 한참 어린 시동생들한테까지 님 자를 붙여야 하냐”며 “명절 음식 하느라 허리가 끊어지겠는데, 입으로는 도련님, 서방님 사과 드세요 하고 있자니 정말 제가 이 집안 종년이 된 기분”이라고 했다.

“맞는 호칭이다” vs “시대착오적이다”

해당 글에는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팔려 온 노비처럼 존칭으로 올려 불러야 하냐” “서방님 호칭은 우리 세대에서 끝내야 한다”는 공감부터 “넌 형수님 소리 안 듣냐?” “맞는 호칭인데 대체 뭐가 문제냐” “너무 유난 떠는 듯”이라는 반론까지 다양했다.

명절을 앞두고 이같은 호칭 갈등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계속 번지고 있다. 맘카페와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시가에 가면 내가 하녀가 된 기분” “조선시대 종들이 쓰던 말을 여성에게 쓰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하대하는 문화가 만들어진다”는 불만이 쏟아진다.

실제로 ‘도련님’ ‘아가씨’는 과거 노비가 양반집 자제를 불렀던 호칭이다. 또 ‘서방님’은 남편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를 시동생이나 손아래 시누이의 남편에게도 사용하게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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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성평등 명절사전.
서울시 성평등 명절사전.


국립국어원 “대안 호칭 사용 가능”

2019년 국민권익위원회와 국립국어원의 ‘일상 속 호칭 개선 방안’ 조사에서 여성 응답자의 94.6%, 남성 응답자의 56.8%가 ‘도련님·서방님·아가씨’ 호칭을 ‘바꾸자’고 답했다.

이에 국립국어원은 2020년 안내서 ‘우리, 뭐라고 부를까요?’를 발간했다. 안내서는 “남편 동생이 나이가 어리면 나에게도 동생이 되므로 높여 부르는 것이 불편할 수 있다”며 “자녀 이름에 삼촌이나 고모를 붙여 부르거나, 친밀도에 따라 이름을 직접 부를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여성가족부와 서울시여성가족재단도 ‘○○씨’로 통일하자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2018년부터 ‘서울시 성평등 명절사전’을 발표하며 호칭 개선 시민참여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며느리들이 느끼는 효과는 크지 않다. 한 맘카페 회원은 “바꿔보고 싶지만 쉽지 않다. 어른들이 알아서 정리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며느리가 직접 나서 시도하기 어렵다는 토로다.

용기 낸 경우도 있지만 어른들의 반대에 부딪혔다는 사례도 있다. 한 커뮤니티에는 “처음으로 이름을 불렀는데 시모가 보기 그렇고 듣기도 거북하다며 ‘도련님’이라고 하라더라”는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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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변화 사이에서 명절 풍경도 조금씩 달라지는 가운데, 가족 간 호칭을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호칭은 오랜 문화를 반영한 말일 뿐이라는 의견과, 시대에 맞지 않는 불평등한 표현은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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