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색 피부에 뽀글거리는 아줌마 파마. 영락없는 외국인 선수다. 그런데 ‘박은호’라고 했다. 9번이 새겨진 대전 유니폼에도 박은호 세 글자가 또렷하게 박혀 있다. 국가대표가 되고 싶어 귀화라도 한 걸까.
●대전 박성호 와 형제로 불리기도
지난 6일 울산 문수경기장에 선 22명 선수 중 가장 ‘튀었던’ 박은호는 결국 주인공이 됐다. 프리킥으로만 2골을 뽑아 ‘다크호스’ 울산을 무너뜨렸다. 대전은 2002년 7월 20일 이후 13경기(4무 9패) 동안 이긴 적이 없던 울산 땅에서 9년 만에 승점 3을 챙겼다.
프로축구 K리그 개막전 최고의 히트상품 박은호에게 관심이 집중됐다. 친근한 이름 때문에 더욱 그랬다. 박은호는 브라질 출신. 본명은 케리누 다 시우바 바그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바그너로 불렸다. 대전 선수들이 한국식으로 “근호야.”라고 부르던 게 시작이었다.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감독이 ‘히동구’라고 불린 것과 비슷한 발상.
박은호는 통역에게 “선수들이 나를 ‘근호야’라고 부른다.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바그너의 한국 발음이다.”고 설명하자 박은호는 “재밌다. 앞으로 나를 박은호로 불러 달라. K리그 선수등록도 그렇게 해달라.”고 말했다. K리그 최초로 한국이름을 단 외국 선수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174㎝, 75㎏의 탄탄한 체격의 박은호는 정확한 킥과 저돌적인 플레이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골을 넣고 선보인 공중제비 세리머니도 팬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대전 간판공격수 박성호와 함께 ‘호호라인’, ‘박씨형제’ 등으로 불리게 된 것도 시너지 효과다.
사실 대전은 ‘약체’ 이미지가 강하다. 성적도 하위권을 맴돌았던 데다 특출 난 스타선수도 없다. 시민구단이라 환경도 열악한 게 사실. 왕선재 감독은 간단 명료한 작전을 꺼냈다. 수비에 치중하다 역습으로 몰아쳤다. 수비가 파울로 끊으면 프리킥으로 골망을 갈랐다. 지난해 남아공월드컵을 강타했던 ‘실리축구’와 판박이다. 박은호가 없었다면 이런 작전은 불가능했다. 확실한 ‘해결사’ 없이는 세트피스도 ‘그림의 떡’일 뿐이다.
●“컨디션 상승… 공격포인트 20개 목표”
박은호는 “운 좋게 프리킥을 찰 기회가 왔고 골을 성공시켰다. 대단히 만족한다.”고 활짝 웃었다. 겸손했다. 프리킥으로 찬 두골은 결코 ‘행운’이 아니었다. 전반 19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찬 프리킥에 골키퍼의 움직임을 무력화시킨 ‘기교’가 녹아 있었다면, 후반 9분, 30m 가까이 되는 먼 지점에서 날린 빨랫줄 프리킥에는 ‘파워’가 담겨 있었다. 심지어 컨디션이 아직 100%가 아니라고 했다. 경남 남해 전지훈련 중 무릎부상을 당해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 무섭고, 더 기대된다. 박은호는 “컨디션이 올라가고 있다. 입단 목표였던 20개의 공격포인트도 달성할 자신이 있다. 동료들과 함께 꼭 이루겠다.”고 말했다. 왕 감독은 “박은호가 서글서글해 팀원들과 잘 지낸다. 적응에 힘들어했던 지난해 용병과 비교하면 좋은 징조다.”고 흐뭇해했다. 올 시즌 구세주로 등장한 박은호가 해묵은 대전의 한을 풀어줄 수 있을까.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대전 박성호 와 형제로 불리기도
박은호(케리누 다 시우바 바그너)
연합뉴스
연합뉴스
프로축구 K리그 개막전 최고의 히트상품 박은호에게 관심이 집중됐다. 친근한 이름 때문에 더욱 그랬다. 박은호는 브라질 출신. 본명은 케리누 다 시우바 바그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바그너로 불렸다. 대전 선수들이 한국식으로 “근호야.”라고 부르던 게 시작이었다.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감독이 ‘히동구’라고 불린 것과 비슷한 발상.
박은호는 통역에게 “선수들이 나를 ‘근호야’라고 부른다.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바그너의 한국 발음이다.”고 설명하자 박은호는 “재밌다. 앞으로 나를 박은호로 불러 달라. K리그 선수등록도 그렇게 해달라.”고 말했다. K리그 최초로 한국이름을 단 외국 선수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174㎝, 75㎏의 탄탄한 체격의 박은호는 정확한 킥과 저돌적인 플레이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골을 넣고 선보인 공중제비 세리머니도 팬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대전 간판공격수 박성호와 함께 ‘호호라인’, ‘박씨형제’ 등으로 불리게 된 것도 시너지 효과다.
사실 대전은 ‘약체’ 이미지가 강하다. 성적도 하위권을 맴돌았던 데다 특출 난 스타선수도 없다. 시민구단이라 환경도 열악한 게 사실. 왕선재 감독은 간단 명료한 작전을 꺼냈다. 수비에 치중하다 역습으로 몰아쳤다. 수비가 파울로 끊으면 프리킥으로 골망을 갈랐다. 지난해 남아공월드컵을 강타했던 ‘실리축구’와 판박이다. 박은호가 없었다면 이런 작전은 불가능했다. 확실한 ‘해결사’ 없이는 세트피스도 ‘그림의 떡’일 뿐이다.
●“컨디션 상승… 공격포인트 20개 목표”
박은호는 “운 좋게 프리킥을 찰 기회가 왔고 골을 성공시켰다. 대단히 만족한다.”고 활짝 웃었다. 겸손했다. 프리킥으로 찬 두골은 결코 ‘행운’이 아니었다. 전반 19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찬 프리킥에 골키퍼의 움직임을 무력화시킨 ‘기교’가 녹아 있었다면, 후반 9분, 30m 가까이 되는 먼 지점에서 날린 빨랫줄 프리킥에는 ‘파워’가 담겨 있었다. 심지어 컨디션이 아직 100%가 아니라고 했다. 경남 남해 전지훈련 중 무릎부상을 당해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 무섭고, 더 기대된다. 박은호는 “컨디션이 올라가고 있다. 입단 목표였던 20개의 공격포인트도 달성할 자신이 있다. 동료들과 함께 꼭 이루겠다.”고 말했다. 왕 감독은 “박은호가 서글서글해 팀원들과 잘 지낸다. 적응에 힘들어했던 지난해 용병과 비교하면 좋은 징조다.”고 흐뭇해했다. 올 시즌 구세주로 등장한 박은호가 해묵은 대전의 한을 풀어줄 수 있을까.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1-03-08 2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