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세 뚫고 연출한 ‘도쿄 대첩’

텃세 뚫고 연출한 ‘도쿄 대첩’

입력 2010-02-14 00:00
수정 2010-02-14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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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극전사들이 일본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과 홈 어드밴티지를 제공한 주심 등 텃세를 이겨내고 다시 한번 ‘도쿄대첩’을 완성했다.

 14일 오후 한국과 일본의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최종전이 열린 도쿄 국립경기장.

 5만여 관중이 입추의 여지도 없이 들어찬 경기장에서는 경기 시작 전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겨졌다.

 스무개가 넘는 대형 일장기가 경기장 한 면에 나란히 늘어섰고 다른 한쪽에서는 오카다 다케시 일본 대표팀 감독의 얼굴이 새겨진 대형 걸개까지 펄럭였다.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텃세는 예상보다 더 강했다.

 장내 아나운서는 이날 경기에 나설 한국 선수들의 이름은 담담하게 소개했지만 일본 선수들을 호명하면서 목소리가 돌변했다.

 격투기 K-1 경기장이나 복싱 타이틀 매치를 방불케 했다.

 주최 측은 경기 시작 직전에 태극전사들의 사기를 꺾으려고 일본 서포터스의 응원과 함성에 마이크를 대면서 장내 스피커를 통해 재송출하기까지 했다.

 사방에 일본 서포터스의 응원과 함성이 메아리에 메아리를 쳤고 스타디움 전체가 흔들거리는 듯한 느낌까지 자아냈다.

 양국 국가가 울려 퍼질 때는 일본 진영 쪽 관중석을 완전히 덮는 초대형 일장기 두 장이 펼치면서 한쪽 구석을 조그맣게 차지한 붉은 악마와 대조를 이뤘다.

 경기가 시작되자 일본 서포터스의 응원은 더욱 강렬해져서 한국 선수들이 페널티지역 근처에만 접근해도 집단적인 야유가 쏟아졌다.

 한국이 전반에 페널티킥으로 선제점을 내주자 함성의 수위는 더욱 높아져 귀가 아플 정도에 이르렀다.

 하지만 역시 페널티킥으로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간 뒤부터는 소수인 붉은 악마의 응원이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 응원단의 기세는 한국의 역전골이 터지자 한풀 꺾였다.

 이승렬(21·서울)의 중거리포가 수비수의 몸을 맞고 골망으로 빨려들자 계속 시끄러웠던 경기장에 순간적으로 적막이 흘렀다.

 태극전사들은 코치진이 있는 벤치로 달려가 한 줄로 늘어서 합동세배를 올렸고 잠시였지만 그 순간에는 붉은 악마의 ‘대∼한민국’이 경기장을 지배했다.

 후반 초반에 김정우(28·상무)의 퇴장으로 10대10으로 싸우게 된 뒤로 일본가 거칠게 공세를 몰아치면서 홈 관중의 응원이 다시 고조됐다.

 하지만 스코어를 3-1로 벌리는 김재성(27·포항)의 쐐기골을 터지면서 경기장은 다시 얼어붙었고 한국 서포터스는 소수로 경기장을 지배하는 즐거움을 다시 만끽했다.

 일본은 1981년 3월 8일 한일 정기전에서 0-1로 진 것을 시작으로 열도의 핵심인 도쿄에서 한 번도 한국을 이기지 못한 징크스에 다시 울었다.

 태극전사들은 월드컵 대표팀에서 베스트로 뛸 수 있는 선수가 3∼4명 정도밖에 포진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일본의 베스트를 대파하는 맹위를 떨쳐 스스로 놀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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