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지구, 모기만 살판났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뜨거워지는 지구, 모기만 살판났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3-02-16 04:00
수정 2023-02-1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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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로 서식지 확장 우려

아프리카의 아노펠리스 22종
적도서 북쪽으로 年 6.5m 이동
남방한계선도 연간 4.7㎞ 넓혀
열대성 병해충·감염병 더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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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인해 말라리아, 황열병, 뎅기열 등을 옮기는 아노펠리스 모기의 서식지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제공
기후변화로 인해 말라리아, 황열병, 뎅기열 등을 옮기는 아노펠리스 모기의 서식지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제공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는 생태계 전반에 걸쳐 종의 분포와 조성 변화를 일으킵니다. 그에 따른 농수산 분야와 보건에 대한 영향은 지구 전체 평균 변화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미국 조지타운대 생물학과, 과학기술·국제학 연구실, 역사학과 공동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들이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던 고산지대와 남부 아프리카 깊숙이 서식지를 늘려 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생물학 회보’ 2월 15일자에 실렸습니다.

현재 전 지구적으로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약 1.2도 높아졌습니다. 과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육상 생물 서식지가 매년 1.1m의 속도로 고지대로 이동하고 있으며 연간 1.1㎞의 속도로 고위도로 북상하고 있습니다.

조지타운대 열대의학자들은 아프리카에서 말라리아, 황열병, 뎅기열 같은 치명적 전염병을 옮기는 ‘아노펠리스’ 모기의 서식지 분포가 온난화로 인해 어떻게 변하는지 의문을 품었습니다. 이에 연구팀은 아노펠리스 모기 22종에 대해 1898년부터 2016년까지 수행된 연구 자료 50만 4313건을 재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적도 부근에서 서식하는 아노펠리스 모기 개체군은 다른 육상 생물의 이동속도보다 빠르게 고위도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 대상인 아노펠리스 모기 22종 모두 연평균 6.5m 속도로 북쪽으로 옮겨 가고 있으며 서식지 남방한계선도 연간 4.7㎞ 속도로 넓혀 가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더운 지역에서나 걸리는 말라리아 같은 치명적 감염병에 걸릴 수 있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는 말입니다.

연구를 이끈 콜린 칼슨 조지타운대 교수(기후변화 생물학)는 “기후변화의 영향은 모기 같은 작은 생물체에 더 빨리 나타나기 때문에 이런 연구로 더 큰 동물과 인간에 대한 영향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국 브라운대 생태·진화·유기체 생물학과, 환경·사회 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로 식물 서식지도 빠른 속도로 고고도로 이동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기후 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플로스 기후’ 2월 16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1984년부터 2011년까지 28년 동안 북미대륙 서부의 9개 산맥을 찍은 고해상도 위성 영상을 통해 다양한 고도에서 식물 분포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아열대, 열대 식물들은 점점 고위도로 서식지를 확장하고 있으며 한대, 온대 식물들은 생존을 위해 점점 높은 곳으로 서식지를 옮겨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런 변화는 열대부터 아한대 지역에 이르기까지 모든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기후 지역인 한반도도 2070년쯤 되면 아열대기후로 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에서도 아보카도, 망고, 파파야 같은 열대과일이 재배될 것입니다. 그러나 농민들은 아열대성 병해충에 골머리를 앓게 되고 말라리아, 황열병 같은 열대성 감염병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빠지게 될 겁니다.
2023-02-1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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