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톡] 우직한 소, 신성한 흰 소… 온난화 주범이었소?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톡] 우직한 소, 신성한 흰 소… 온난화 주범이었소?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0-12-30 17:22
수정 2021-01-1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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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모든 것을 허락한 소는 죄가 없다
사람에게 모든 것을 허락한 소는 죄가 없다 2021년은 ‘흰 소의 해’다. 숨쉬는 것 빼고는 버릴 것 없다는 소이지만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중 하나인 메탄의 주요 배출원으로 지목받고 있기도 하다.
네이처 제공
2020년 경자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연초까지만 해도 다산과 재물을 상징하는 쥐의 해에는 풍요롭고 희망 가득한 일들만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전무후무한 감염병 때문에 2020년은 모든 이들에게 ‘잃어버린 해’가 됐습니다.

내년은 60갑자의 서른여덟 번째, 십이지 동물의 두 번째인 소의 해 ‘신축년’(辛丑年)입니다. 신축년을 ‘하얀 소의 해’라고 부르는데 이는 십간(十干) 중 ‘신’이 ‘경’과 함께 흰색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소걸음으로 천천히 만 리를 간다는 ‘우보만리’(牛步萬里)라는 말처럼 소는 우직함, 인내, 근면함을 의미합니다. 여유롭고 유유자적한 모습 때문에 평화로운 이미지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쇠 귀에 경 읽기’나 ‘황소고집’처럼 어리석고 고집이 세다는 부정적 이미지도 함께 있지요. 어쨌든 소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성품 자체가 어질고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자기보다는 주위 사람들에게 베푸는 삶을 산다고 알려졌습니다.

농경사회 전통을 가진 한국에서 소는 귀하게 여겨졌습니다. 농업 기반 사회에서 소는 가장 기본적인 노동력이었으며 운송수단이었고 목돈이 필요할 때 교환할 수 있는 중요 재산수단이었습니다.

●소 트림·방귀 속 메탄, 세계 온실가스 18% 차지

약 6500년 전 가축화된 것으로 알려진 소는 예로부터 버릴 것이 없는 동물이라고 하지만 과학적인 측면에서는 눈칫밥을 먹는 신세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의 트림과 방귀가 지구온난화 원인이 된다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은 산업, 운송 부문에서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입니다. 가축, 특히 소가 온실가스 배출원이라는 사실은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소가 풀을 먹으면 장내 미생물들이 섬유소를 분해해 영양분으로 바꾸는데 이 과정에서 메탄이 발생해 트림이나 방귀 형태로 배출됩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의 약 18%가 가축에게서 나오는 메탄입니다.

●1마리당 자동차 1대꼴… 먹이 교체 등 시도도

탄소 원자 1개에 수소 원자 4개가 붙어 있는 형태인 메탄은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비교했을 때 200분의1 수준에 불과하지만 온난화 유발효과는 약 21배, 아산화질소보다는 31배 정도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 한 마리가 방출하는 메탄은 자동차 1대에서 나오는 배기가스에 버금간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미국 축산업의 중심지인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2030년까지 소의 메탄 방출량을 40%까지 줄이겠다는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소가 방출하는 메탄가스를 줄이기 위해 먹이에 해초 성분을 첨가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환경학자들은 소가 방출하는 온실가스가 자동차 배출량보다 많은 것은 더 많은 고기를 원하는 인간의 욕심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실 코로나19도 인간의 욕심 때문에 자연이 파괴되면서 야생 박쥐와 인간의 접촉 기회가 많아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욕심을 줄이는 것이 지구를 살리는 길이라는 말입니다.

하얀 소는 옛날부터 사람들이 신성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하얀 소’의 해인 2021년 신축년은 상서로운 일이 많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큽니다. 코로나19도 종식되고 지구온난화 속도를 멈출 수 있는 획기적인 연구 결과가 나오는 한 해가 됐으면 합니다.

edmondy@seoul.co.kr
2020-12-3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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