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사이언스] ‘젊은 개인주의자’가 더 외로움 느낀다

[달콤한 사이언스] ‘젊은 개인주의자’가 더 외로움 느낀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0-05-29 15:43
수정 2021-05-2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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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들수록 고독감은 꾸준히 감소...비대면접촉이 대면접촉을 대체하기는 어려워

개인주의 성향의 젊은 남성들이 외로움 더 많이 탄다
개인주의 성향의 젊은 남성들이 외로움 더 많이 탄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대면접촉이 줄어들면서 코로나 우울증, 소위 코로나블루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외로움은 여성이나 노년층이 많이 느낀다고 생각돼 왔지만 실제로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사회의 젊은 남성들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픽사베이 제공
미국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은 1950년 ‘고독한 군중’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산업화된 사회에서는 타인들에 둘러싸여 살면서도 내면의 고립감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을 ‘군중 속의 고독’이라고 이름붙였다. 리스먼이 예측한 군중 속 고독은 점점 가속화돼 최근에는 혼밥, 혼술 등의 용어가 익숙하게 사용될 수준이 됐다.

더군다나 올 초부터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나 이동제한 등의 조치 때문에 고독감이 심해져 ‘코로나 블루’라는 단어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영국 엑서터대 실험심리학과, 브루넬 런던대 임상과학과, BBC 라디오과학부, 맨체스터대 교육연구소 공동연구팀은 개인주의적인 사회에서 사는 젊은 남성이 더 많은 외로움과 고독감을 느낀다고 30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심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성격과 개인차’(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27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영국공영방송인 BBC 채널 중 ‘BBC 라디오4’와 ‘BBC 월드 서비스’ 홈페이지를 통해 전 세계 16~99세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에 참여한 사람들은 전체 4만 9019명으로 전 세계적으로 고르게 분포돼 있었으며 남성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의 32.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성별, 국가와 민족, 연령, 직업 유무, 결혼 유무 등 기본적 정보수집과 함께 고독감과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그 결과 영국이나 미국 같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곳에 사는 10~30대 초반 젊은 남성들이 중국, 브라질, 그리스, 이탈리아 같이 가족과 집단에 중요성을 두는 사회의 같은 또래 남성들이나 나이든 여성보다 외로움을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흔히 나이가 들수록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조사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외로움이나 고독감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성별이나 민족별 차이에 따른 외로움 정도는 복잡한 경향성을 보였지만 연령에 따른 고독감 정도는 국가나 민족, 성별과 상관없이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이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개인주의적 사회에서 사는 사람이나 젊은 사람들은 외로움이나 고독감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겉보기와 속마음은 완전히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연구팀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나타나는 사회적 변화들이 젊은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특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마누엘라 바레토 엑서터대 교수(건강심리학)는 “외로움은 직접적 타인과 접촉이 없다고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다른 사람과 열마나 연결돼 있나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와 그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바레토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접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며 이를 통해 관계를 확장하면 외로움이 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실제적인 접촉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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