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민간기업 ‘LK 99’ 개발 논란
학계 “초전도체 아닐 것” 지배적
1911년 네덜란드서 ‘초전도’ 발견
초전도체, 극저온·초고압서 작동
온도·냉매 종류 따라 난이도 차이
지난달 국내 민간 연구기업에서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면서 초전도 현상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마이스너·옥센펠트 효과’ 때문에 초전도체가 떠오르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미국 에너지부 제공
미국 에너지부 제공
보통 고체 물질은 전기 전도성에 따라 분류하는 경우가 많다. 전기가 잘 흐르면 전도체, 그 반대는 절연체(부도체)다. 원래는 절연체이지만 불순물을 조금 추가하면 도체처럼 운동하는 물질을 절반만 도체라고 해서 반도체라 한다. ‘초전도체’(superconductor)는 전도체를 훨씬 뛰어넘는 물질이다.
이 때문에 초전도체에는 전도체가 갖지 못한 세 가지 성질이 있다.
우선 전기 저항이 0이다. 저항이 없기 때문에 전기가 흐를 때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 하나의 성질은 ‘마이스너·옥센펠트 효과’이다. 물질 내부로 들어오려는 자기장을 모두 밀어내는 현상이다. 같은 극의 자석이 마주보는 것과 비슷한 현상으로 초전도체를 설명할 때 흔히 등장하는 ‘자기부상 효과’다. 마지막으로 ‘조지프슨 효과’라는 거시적 양자 현상이 있는데, 이는 두 개의 초전도체 사이에 절연체를 끼워넣더라도 전류가 흐르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자기부상열차는 전기 저항을 이용한 자기력으로 차체를 레일에서 띄워 열차를 빠르게 움직이도록 하는 이동 수단이다. 초전도 현상을 이용해 강력한 전자석을 만들면 자기부상열차를 더 빨리 주행케 할 수 있다. 사진은 일본에서 개발된 초전도체 자기부상열차 모델.
위키피디아 제공
위키피디아 제공
1957년 미국 일리노이대 존 바딘 교수와 박사후과정 연구원 리언 쿠퍼, 대학원생 존 슈리퍼가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초전도 현상을 설명하는 ‘BCS 이론’을 만들었다. BCS 이론에 따르면 초전도 현상의 전이온도 한계는 25K (섭씨 영하 248.15도)이다. 그러다가 1986년 스위스 취리히 IBM 연구소의 게오르크 베드노르츠와 알렉스 뮐러가 구리 화합물에서 초전도 전이온도 35K를 구현하면서 처음으로 상온 초전도체의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후 2015년에는 수소화물이라는 물질에서 임계온도 203K(섭씨 영하 70.15도)인 초전도 현상을 발견했다는 논문이 나와 과학계를 흥분시켰다.
2020년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팀은 섭씨 영상 15도에서 초전도성을 보이는 물질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상온에서 작동하지만 260만 기압이라는 초고압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마저도 데이터 조작으로 밝혀져 이 논문은 철회됐다.
상온, 상압이라고 부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온도, 압력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일상에서 초전도체를 쉽게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이 상온, 상압 초전도체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연구할 때 온도에 따라 사용하는 냉매가 달라지고, 냉매의 종류에 따라 원하는 온도를 달성하기 위한 난이도에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기술의 실현 가능성도 크게 달라진다.
2023-08-17 2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