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로 본 과학기술과 성 역할
英 연구팀, AI 등장 142편 분석개발 관련된 전문가 92% 남성
미국 여성 과학자 2021명 조사
63% “X파일 스컬리 박사 모델”
선입견 고착화될 가능성 우려도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에는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열망에 사로잡힌 매트릭스의 창조자가 등장한다. IMDb 제공
과학사를 살펴보더라도 과학기술 발전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상상력’이었다. 상상력은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를 그리고 그 미래로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현실을 이끈다. SF는 과학적 상상력이 드러나는 대표적 장르이다. 그렇지만 SF가 과학기술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미래지성연구센터(LCFI), 젠더 및 기술 연구소, 임페리얼칼리지 런던대 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공동 연구팀은 SF영화가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에서 성 불평등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과학기술학 분야 국제학술지 ‘대중의 과학 이해’(PUS) 2월 15일 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1920년부터 2020년까지 100년 동안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영화 약 1400편 중 가장 영향력 있었던 작품 142개를 추렸다. 그다음 영화 속 인공지능 전문가로 등장한 116명의 캐릭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영화 속 AI 개발과 관련한 과학기술인의 92%(107명)가 남성이었으며 여성은 9명(8%)에 불과했다. 여성 캐릭터 9명 중 과학자는 8명, 최고경영자(CEO)는 1명이었다.
마블의 대표 캐릭터 아이언맨 주인공은 천재 남성 과학자이자 CEO인 토니 스타크이다. SF영화 속에서 인공지능을 다루는 인물들은 대부분 남성 과학자나 CEO들이다. IMDb 제공
LCFI팀은 “영화 속에 여성 과학자 부족은 감독의 성별에도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영향력 있는 AI 관련 영화 중 여성 감독이 단독으로 연출한 작품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과학기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25세 이상 여성 중 60% 이상이 미드 ‘X파일’ 속 여성 과학자이자 FBI 수사관 스컬리 박사를 보고 꿈을 키웠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SF 속 여성 전문가 부족이 현실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세기폭스 제공
20세기폭스 제공
1927년 영화 ‘메트로폴리스’에 등장하는 괴짜 과학자 로트방. 퍼블릭 도메인 제공
2023-02-1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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