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위성·공구·나사 등 2만여개 넘어
초속 8㎞로 돌면서 통신위성 등 위협자동파괴·대기권 소각·그물 수거 연구
군사위성 비공개… 우주교통관리 골치
현재 지구 주변을 돌고 있는 인공위성의 70%는 지구저궤도(LEO)라고 불리는 지표면 2000㎞ 상공에 집중돼 있다. 유럽우주국에서 지구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을 포함한 각종 우주물체를 형상화한 그래픽.
유럽우주국 제공
유럽우주국 제공
# 유럽우주국(ESA)에서 2010년 환경 감시 및 연구 목적으로 발사한 크라이오샛2(CryoSat2)는 지난 7월 2일 임무 고도인 700㎞ 상공을 돌고 있었다. 그런데 지상관제국에서 위성을 향해 작은 우주 파편조각이 날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긴급 강제 조종 모드로 바꿔 가까스로 충돌을 피했다. 1억 4000만 유로(약 1829억원)가 투입된 위성이 무용지물이 될 뻔한 위기일발의 순간이었다.
●인공위성 95% 수명 다해 ‘좀비’ 전락
1957년 10월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1호’가 발사된 이후 수많은 위성이 우주로 올라가면서 토성의 고리처럼 지구 주변을 떠다니고 있다. 그런데 현재 지구 주변을 돌고 있는 위성 중 약 95%는 수명이 다해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 ‘좀비’ 위성이다. 여기에 로켓 잔해, 위성에서 떨어져 나간 페인트 조각, 나사, 심지어 우주비행사가 우주 유영 중에 놓친 공구까지 수많은 우주쓰레기가 지구를 둘러싸고 있다.
최근에는 컵이나 손바닥 크기의 ‘큐브샛’(CubeSat)이 많이 발사되면서 지구 주변을 도는 위성의 수는 셀 수 없이 많아지고 있다. 국제우주정거장(ISS) 주변을 돌고 있는 큐브샛 이미지.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미국의 우주왕복선 ‘인데버’도 지구 주변을 떠돌아다니는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우주쓰레기 조각과 충돌해 표면이 심각하게 파손되기도 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최신호에서는 민간 우주기업이 증가하면서 지구 주변을 도는 우주쓰레기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우주공학자들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는 분석 리포트를 발표했다.
ESA가 지난 5월 발표한 ‘우주환경 연간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1957년 이후 우주 물체는 1970년대 2000개, 2000년대 7500개, 2017년 현재는 2만여개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적으로 400개 이상의 위성이 발사됐다. 이는 2000년대와 비교했을 때 4배 이상 증가한 숫자다.
●부딪치면 파편 생겨 기하급수적 증가
미국 퍼듀대 항공우주공학과 캐럴린 프루에 교수는 “각종 우주물체가 지구 궤도를 가득 채우면서 우주공학자들은 이들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잠재적 충돌 위험성은 점점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루에 교수는 “문제는 우주쓰레기와 부딪친 위성들이 파괴되면서 수많은 파편들을 또 만들어 내기 때문에 우주쓰레기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또 다른 우주공학자들은 우주공간에 떠다니는 우주물체들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새로운 위성을 우주쓰레기와 다른 궤도에 올리는 ‘우주교통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텍사스 오스틴대 모리바 자 교수는 “우주쓰레기로 인한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에서 군사적 목적으로 발사된 위성들의 정보까지 모두 포함시켜야 하는데 이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다는 것이 우주교통관리 시스템 도입에 걸림돌”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8-09-1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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