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뒤 유전자 변이 분석, 사망시간 알아낸다

죽은 뒤 유전자 변이 분석, 사망시간 알아낸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8-03-06 22:32
수정 2018-03-06 23:0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진화하는 법과학 어디까지

포르투갈·美 등 6개국 연구팀
조직별 유전자 발현 차이 확인
“과학수사 한 단계 업그레이드”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사실도 모를 정도로 천문학 지식 없음. 철학·문학 지식 없음. 식물학 지식은 독성 물질에만 해박, 지질학 지식은 실용적이지만 한정적, 화학 지식 전문가급, 해부학 지식 정확, 걸어다니는 범죄학 사전, 필체 분석과 향수 감별 전문가급, 담뱃재에 대한 지식 상당.”
일부 인간의 신체 조직은 사망 직후 살아 있을 때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한다. 사망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유전자 숫자는 조직에 따라 달라진다. 1914년 영국에서 만들어진 영화 ‘주홍색 연구’의 한 장면. 이 작품에서 셜록 홈스가 사용하는 수사 방법은 현재의 관점으로 보더라도 놀라울 정도로 과학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영화협회(BFI) 제공
일부 인간의 신체 조직은 사망 직후 살아 있을 때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한다. 사망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유전자 숫자는 조직에 따라 달라진다. 1914년 영국에서 만들어진 영화 ‘주홍색 연구’의 한 장면. 이 작품에서 셜록 홈스가 사용하는 수사 방법은 현재의 관점으로 보더라도 놀라울 정도로 과학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영화협회(BFI) 제공
131년 전인 1887년 11월 ‘주홍색 연구’라는 아서 코넌 도일의 작품으로 대중 앞에 나타난 명탐정 셜록 홈스의 특징을 동료 존 왓슨 박사가 관찰해 정리한 내용이다. 주홍색 연구의 배경은 1881년 봄기운이 아직 느껴지지 않던 3월 초순의 어느 날이다. 홈스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외상 하나 없는 드레버라는 남자의 시신과 벽에 피로 쓰여진 복수를 의미하는 독일어 ‘Rache’뿐이었다. 홈스는 돋보기, 줄자와 지식을 동원해 사망시간을 추정해 낸다.
일부 인간의 신체 조직은 사망 직후 살아 있을 때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한다. 사망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유전자 숫자는 조직에 따라 달라진다. 범죄 드라마의 신기원을 이룬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CSI : 라스베이거스’의 한 장면. 최근 국제공동연구팀이 유전자 분석을 통해 범죄 사망자의 사망 시간을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주목받고 있다.  미국 CBS 제공
일부 인간의 신체 조직은 사망 직후 살아 있을 때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한다. 사망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유전자 숫자는 조직에 따라 달라진다. 범죄 드라마의 신기원을 이룬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CSI : 라스베이거스’의 한 장면. 최근 국제공동연구팀이 유전자 분석을 통해 범죄 사망자의 사망 시간을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주목받고 있다.
미국 CBS 제공
과학수사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홈스의 뒤를 잇는 것은 영국 소설가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이 창조해 낸 존 이블린 손다이크 박사이다. 변호사이면서 병리학자, 추리소설 사상 최초 전문 법의학자로 범죄현장에 ‘휴대용 실험실’이라고 불리는 녹색 가방을 갖고 다니는 모습이 트레이드마크다. 이 가방에는 현대 과학수사대와 감식반이 갖고 다니는 것과 같은 각종 현장 검증을 위한 실험장비가 들어 있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실제 법과학 활용 수준은 추리소설 주인공들보다 뒤떨어졌다. 1950년대를 지나면서 분자생물학을 비롯한 다양한 과학과 기술 발전으로 법과학 수준도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일부 인간의 신체 조직은 사망 직후 살아 있을 때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한다. 사망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유전자 숫자는 조직에 따라 달라진다. DNA와 RNA 같은 유전자 프로파일링을 통해 빠르게 범죄를 해결할 수 있는 날이 가까워 오고 있다. 범죄현장에서 과학수사대원이 증거를 채취해 들고 나오는 장면.  사이언스 제공
일부 인간의 신체 조직은 사망 직후 살아 있을 때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한다. 사망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유전자 숫자는 조직에 따라 달라진다. DNA와 RNA 같은 유전자 프로파일링을 통해 빠르게 범죄를 해결할 수 있는 날이 가까워 오고 있다. 범죄현장에서 과학수사대원이 증거를 채취해 들고 나오는 장면.
사이언스 제공
최근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는 과학수사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이미지 확대
포르투갈, 스페인, 브라질, 영국, 러시아, 미국 6개국 공동연구팀이 사망 후 나타나는 유전자 변화를 관찰함으로써 기존 법과학 방법보다 좀더 정확하게 사망시간을 추정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DNA 변이가 유전자 발현과 특정 질병에 대한 취약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한 ‘GTEx 프로젝트’ 덕분에 가능했다. GTEx 프로젝트는 유전자 변이와 그로 인한 유전자 발현이 특정 신체 조직뿐만 아니라 주변 다른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인체 조직과 방대한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확보가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혈액을 제외한 신체조직 대부분은 사후 기증받은 것들이어서 사망시간에 따라 달라진 유전자 발현 상태를 살펴봐야 했다. 그렇게 해야 유전자 변이로 인한 조직의 변화나 특정 질병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사망 이후 특정 조직에서 나타나는 유전자 발현을 알아보기 위해 GTEx 프로젝트에 기증된 540명의 36개 신체조직 7000여개 시료를 이용해 RNA 염기서열 해독결과를 분석했다. 유전자 발현은 DNA 유전 정보를 이용해 단백질이 합성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과정에서 DNA 유전정보가 RNA에 복사되는 전사과정을 거친다. 사후 유전자 발현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RNA만 해독하면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연구팀은 사람이 죽은 뒤에도 인체 조직에서 유전자는 계속 움직여 변화되고 조직에 따라 유전자 발현에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조직마다 유전자 발현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통해 사망시간을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과학기술연구원 게놈조절센터 소속 로데릭 기고 박사는 “이번 연구로 사망 이후에도 일부 유전자 활동이 활발하다는 사실을 밝혀내 사망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거나 정밀한 부검 계획안을 만드는 데 활용하는 등 과학수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기고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는 24시간 이내 짧은 사후 경과시간 동안의 유전자 변화를 관찰했을 뿐이기 때문에 실제 범죄 분석을 위해 사용되려면 24시간 이후 시체에서의 유전자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사망원인과 연령별 차이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8-03-07 2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