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판단 근거 ‘신의칙’은 무엇?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판단 근거 ‘신의칙’은 무엇?

이슬기 기자
입력 2017-08-31 11:07
수정 2017-08-3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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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열린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핵심적인 판단 근거가 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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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표정으로 악수하는 노조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는 노조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1심 선고가 내려진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일부 승소 판결은 받은 노조측 관계자들이 변호사(오른쪽)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17.8.31 연합뉴스
이는 민법 제2조(신의성실)에 반영된 우리 민법의 기본 대원칙이다. 단순한 법 조항이 아니라 개인 사이의 자유로운 계약 관계를 규정하는 근대 사법(私法) 전반의 대원칙인 법적 규범이다.

법률행위를 할 때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행동해야 하며 상대방의 신뢰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권리 행사나 의무 이행은 상대방을 배려해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내용·방법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한 마디로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해결해야 할 선이자 룰’이다. 서로 간에 지키거나 감수해야 할 공평한 룰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종의 ‘국민의 법감정’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형법 등 국가와의 관계 등 공적인 규율을 정한 공법(公法)의 경우 누가 옳은지 그른지, 맞고 틀리는지를 법규에 근거해 엄격하게 가리게 된다.

이와 달리 개인 간의 사적 영역은 이런 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국가가 개입할 수 없다. 그래서 당사자끼리 해결해야 할 때 양쪽의 의견이 맞지 않거나 서로 다툴 때 가장 공평한 방법으로 조화롭게 해결하기 위한 ‘게임의 룰’, ‘상대방에게 요구할 수 있는 한계선’이 바로 신의칙인 셈이다.

민법 2조에 이 내용이 규정된 것도 민법 조문에 다른 내용이 없으면 신의칙에 의해 해결하라는 취지다. 실정법에 따로 규정이 없으면 이런 원칙에 따라 사정을 잘 헤아려봐서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신뢰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적절하게 이익을 나눌 수 있도록 해결하게 된다. 기본법인 민법을 토대로 파생된 특별법인 상법, 절차법인 민사소송법도 모두 근저에 이런 이념이 흐르고 있으며 분쟁이 났을 때 별도의 규정이 없으면 이 원칙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는 타인의 신체를 가격하면 상해죄로 처벌받지만 정해진 규칙에 따라 경기를 통해 승부를 가리는 권투선수들은 ‘합법적으로’ 타인을 가격할 수 있다. 다만 정해진 기준에 따라 체급별로 글러브를 끼고 다툰다. 그런데 이럴 때 누군가 글러브에 돌을 넣고 가격하는 것까지 용인되지는 않는다. 단순화하자면 이런 경기에서 부정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개념이 신의칙이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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