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한일청구권협정, 위헌심판 대상 아니다”

헌재 “한일청구권협정, 위헌심판 대상 아니다”

입력 2015-12-23 14:10
수정 2015-12-2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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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전제성 없어”…강제동원 피해자 가족 헌법소원 각하

헌법재판소가 한일청구권 협정에 제기된 헌법소원을 전부 각하했다. 협정이 강제동원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을 제한하는지 판단하지 않은 것이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헌법재판관들이 12월 결정 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있다. 연합뉴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헌법재판관들이 12월 결정 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있다. 연합뉴스
헌재는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을 규정한 각종 법률이 불합리하다는 유족들의 주장도 전부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23일 한일청구권 협정 제2조 제1·3항, 제2조 제2항 a호에 청구된 헌법소원 사건을 각하 결정했다. 각하는 헌법소원 청구가 헌재의 심판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할 때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내리는 처분이다.

헌재는 헌법소원 청구에 ‘재판 전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렇게 결정했다.

헌법소원은 강제동원 피해자의 가족이 미수금을 정당하게 지급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진행하면서 청구했다. 한일청구권 협정의 위헌 여부가 이 소송의 결과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헌재는 “한일청구권 협정은 이 소송에서 다투는 처분의 근거조항이 아니어서 당해 사건에 적용되는 법률조항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나 이유가 달라지는 경우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일청구권 협정 제2조 제1항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와 법인을 포함한 국민의 재산·권리·이익·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고 규정했다. 제3항은 협정 서명일 이전에 발생한 사유로는 어떤 주장도 할 수 없다고 돼있다.

일본은 이 조항을 근거로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 가족 이윤재씨는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지원위원회가 부친의 미수금 5천828엔을 1엔당 2천원으로 계산해 1천165만6천원을 지급하기로 하자 행정소송을 내고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씨는 현재 가치를 반영하지 않은 지원금 규정 탓에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없고 개인청구권을 제한한 한일청구권 협정이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런 계산법을 규정한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환율을 참작한 산정방식은 나름의 합리적 기준으로 화폐 가치를 반영하고 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이 조항은 대일 민간청구권 보상이 시작된 해인 1975년을 기준으로 1945년부터의 일본 소비자물가상승률인 149.8배에 당시 엔화 환율 1엔당 1.63원을 곱하고 다시 1975년∼2005년 한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인 7.8배를 곱해 환산방식을 정했다.

헌재는 “미수금 지원금이 보상금이 아니라 인도척 차원의 시혜적 금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원금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곧바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법소원이 각하된 한일청구권 협정 제2조 제2항 a호는 ‘1947년 8월15일부터 협정 체결일인 1965년 6월22일까지 상대 나라에 거주한 사람’을 협정 적용대상에서 제외했다. 미귀환 강제동원 피해자는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취지다.

헌재는 이 조항에 근거한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7조 제3호도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일본 거주자의 대일청구권은 협정의 일괄타결대상에서 배제됐으므로 협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들에 대한 보상 내지 지원은 1차적으로 일본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대한민국 국적이 없는 피해자를 위로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한 같은 법 조항도 합헌 결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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