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처들에 사기… 법원 “혼인 무효”
B씨는 ‘바쁘다’는 핑계로 결혼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 결혼 뒤 B씨의 행동은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남편은 간 질환을 앓고 있다며 치료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다. 집에 들어오지 않은 날이 이어졌고 결혼한 지 석 달 만에 연락까지 끊겼다. 얼마 뒤 A씨는 법원으로부터 황당한 서류를 받았다. ‘부인이 가출했다’며 B씨가 자신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낸 것이다. A씨는 소송을 준비하며 남편의 ‘실체’도 알게 됐다. 그는 직업 등을 숨긴 것은 물론 5회의 이혼과 2회의 혼인 무효 전력도 있었다. A씨도 ‘결혼을 아예 무효로 돌려 달라’며 맞불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부부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의 이혼 청구에 근거가 없는 데다 A씨 역시 혼인 의사가 있었다는 판단에서다. A씨는 항소하면서 또 다른 피해자를 찾아냈다. 남편은 2011년에도 한 여성과 결혼해 1억 8000만원을 빼앗은 전력이 있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항소1부(수석부장 민유숙)는 “B씨가 오로지 돈을 편취할 목적으로 혼인신고를 했다”며 1심을 파기하고 A씨가 낸 혼인 무효 청구를 받아들였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혼인신고를 했지만 남편 B씨의 의도를 알지 못해서 한 것”이라며 “B씨에게는 참다운 부부 관계를 설정하려는 의사가 없었다”고 말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2015-12-07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