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수백억대 외화 밀반출·비자금 조성 혐의 포착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가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불법 외환거래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포착하고 28일 오전 관련 사무실 등 4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이날 압수수색 대상에는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유 전 회장 차남 혁기(42)씨 소유 페이퍼컴퍼니 ‘키솔루션’ 사무실과 혁기씨의 과거 대구 주거지, 선릉로에 위치한 모래알디자인 사무실, 유 전 회장 최측근 중 한 명인 고창환(67) 세모 대표이사의 경기도 용인시 소재 자택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지역 주거지는 유 전 회장 소유 페이퍼컴퍼니 ‘붉은머리오목눈이’의 사무실 소재지로도 등록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에서 계열사 간 물품 및 용역거래 내역, 외환거래 내역, 자금흐름과 관련한 회계장부 등 각종 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가 여러 개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뒤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계열사 자금을 끌어모아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검찰이 파악한 유 전 회장 일가 소유 페이퍼컴퍼니는 최소 3곳 이상이다. 유 전 회장의 ‘붉은머리오목눈이’와 혁기씨의 ‘키솔루션’ 외에도 장남 대균(44)씨가 ‘SLPLUS’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회장 일가의 페이퍼컴퍼니는 수년 간 계열사 30여 곳으로부터 컨설팅비와 고문료 명목으로 200억원 가량의 비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유 전 회장 3부자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컨설팅회사를 차려 놓고 계열사로부터 수백억원 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6일 청해진해운과 관계사의 회계업무를 담당한 김모 회계사의 서울 강남 사무실과 자택 등 6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 회계장부와 금전거래 내역 등을 확보한데 이어 27일 김씨 등 회계사 3∼4명을 소환해 조사했다.
김씨는 10여년 이상 청해진해운의 회계 감사를 맡고 청해진해운의 최대주주인 천해지의 임원을 지내는 등 유 전 회장 일가의 재무관리를 맡아온 핵심 인물이다. 김씨는 구원파 신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 및 유 전 회장 최측근 중 한 명인 고 대표, 계열사 실무진과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퇴직자 등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유 전 회장이 계열사 경영에 개입했으며 비자금 조성을 직접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유 전 회장 일가가 해외에 법인을 만든 뒤 부동산을 사는 과정에서 거액의 외화를 밀반출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과 관세청은 유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계열사들이 무역 거래 등의 명목으로 1천억대의 자금을 해외로 보낸 사실을 파악하고 이 가운데 불법 송금 내역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차남 혁기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사진 전시업체 ‘아해 프레스 프랑스’ 법인의 설립과 해외 부동산 투자를 위해 유 전 회장 일가 및 계열사가 이같은 외환 밀반출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무진에 대한 조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한 검찰은 이번 주부터 주요 계열사 대표 등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본격적인 소환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토대로 이번주 중으로 책임자 일부를 소환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해외에 체류 중인 혁기씨와 딸 등 유 전 회장 일가와 김혜경(52) 한국제약 대표이사, 김필배(76) 다판다 대표 등 유 전 회장의 측근들에게 오는 29일까지 귀국해 조사를 받으라고 이미 통보했다.
검찰은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김한식(72) 대표, 아이원아이홀딩스와 천해지의 대표를 겸하는 변기춘(42) 대표, 송국빈(62) 다판다 대표, 황호은(63) 새무리 대표, 이순자(71) 전 한국제약 이사 등 유 전 회장의 핵심 측근 7인방 중 나머지 인물들의 소환시기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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