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 비자금 세탁·증여 핵심 인물… 檢, 재용·재국 범죄 혐의 포착

전씨 비자금 세탁·증여 핵심 인물… 檢, 재용·재국 범죄 혐의 포착

입력 2013-08-13 00:00
수정 2013-08-1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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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처남 이창석 첫 소환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추징금 환수를 위해 12일 본격적인 수사로 전환한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의 처남이자 비자금 관리인으로 꼽히는 이창석(62)씨를 소환했다. 최근 압수수색 및 관계자 소환 조사를 통해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범죄 혐의를 포착한 검찰이 이날 이씨를 첫 소환 대상자로 부른 것이다.

검찰은 이씨가 전 전 대통령 일가가 재산을 형성하고 증식하는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만큼 일가 재산의 불법성을 입증할 핵심 인물이라고 판단, 피의자로 특정해 수사하고 있다.

이씨는 장남 재국(54), 차남 재용(49)씨의 어린 시절부터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은닉, 관리하다 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매매 등의 방법으로 돈을 넘겨 재산 증식·세탁에 개입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씨는 특히 재용씨에게 161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회사 운영 자금을 빌려 주는 등 다방면으로 지원했다. 이씨는 2006년 12월 경기 오산시 양산동 46만㎡의 땅을 공시지가의 10분의1도 안 되는 28억원에 재용씨에게 넘겼고, 이후 재용씨는 이 땅을 되팔아 300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겼다.

또 재용씨가 운영 중인 비엘에셋이 2008년 서울 중구 서소문동 일대 개발 사업을 위해 B저축은행 등 9곳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오산에 있는 390억원대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씨가 소유한 양산동 땅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구입한 것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 외에도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가 소유하다 1984년 이씨에게 넘긴 경기 안양시 관양동 임야 2만 6000㎡를 전 전 대통령의 외동딸 효선씨에게 증여하고, ‘에스더블유디씨’라는 유한회사를 만들어 50억원대로 추락한 골프장 회원권을 191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검찰은 1996년과 2004년 두 차례에 걸친 ‘전두환 비자금’ 수사에서도 이씨를 핵심 인물로 보고 추궁했으나 결정적인 연결고리를 찾는 데는 실패했다. 이씨는 자신의 아버지이자 전 전 대통령의 장인인 이규동씨에게서 상당수의 부동산을 증여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우선 이씨에 대해 범죄수익은닉 규제 및 처벌법 등의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재국, 재용씨 등 자녀들에 대해서도 일부 범죄 혐의를 포착해 수사 중이다. 검찰의 향후 수사는 전 전 대통령 일가 소유의 시공사, 비엘에셋 등 사업체를 통한 배임·횡령 혐의와 재국씨가 세운 해외 컴퍼니, 삼남 재만씨 소유의 와이너리 등을 통한 국외 재산 도피, 조세 포탈 혐의에 중점을 두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은 재국씨가 조세 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블루 아도니스’를 통해 은닉 자금을 국외로 빼돌렸는지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달 계좌를 개설했던 아랍은행 싱가포르지점 관계자를 소환 조사했다.

또 검찰은 재용, 재만씨가 미국에 보유했거나 보유 중인 부동산 등의 매입 자금 출처 조사와 관련해 미 사법 당국과 세무 당국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국외 재산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외에도 검찰은 시공사 등 전 전 대통령 일가 소유의 사업체 설립 과정에서의 괴자금 유입 여부, 미술품 등의 구입 자금 등을 분석해 탈세, 횡령 등의 범죄 혐의가 있는지를 조사 중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날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미술품 거래에 관여한 4명의 주거지를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3-08-1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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