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자정노력 당부
간호사 대나무숲 캡쳐
12일 시민단체인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 1일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개설한 이후 장기자랑 프로그램에 대한 성심병원 간호사들의 불만이 가장 많이 제기되고 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은 “카카오톡만으로 하루 수백 통씩 불만이 쏟아지고 있고 공식 이메일로도 10일 기준 문의 메일 44건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병원 측은 체육대회 3주 전부터 낮 근무를 마친 간호사들에게 밤 10~11시까지 춤 연습을 시키고, 다음날 새벽 출근을 시켜왔다는 글도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신규 간호사들에게 “춤 잘 출 수 있냐”, “누가 제일 날씬하냐” 등의 간호 업무와 무관한 질문을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심병원은 매년 10월 재단행사인 ‘일송가족의 날’에 간호사들을 강압적으로 동원해 노출이 심한 복장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추게 했다는 주장이 나와 간호사 갑질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동안 정시퇴근을 할 수 없었는데 병원이 시간외수당을 챙겨주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직장갑질119에서 자문 역할을 맡은 권두섭 변호사는 “업무 준비를 위한 대기시간도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판례가 있다”며 “회사의 공식적인 행사를 위해 투자한 준비·연습시간은 시간외수당을 책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심병원은 “현재 내부조사가 진행하고 있고, 논란이 된 사안들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병원계의 자정노력을 당부하는 협조공문을 대한병원협회에 발송했다. 또 이달 말 내놓을 예정인 간호사인력수급 종합대책에 간호사에 대한 인격적인 처우를 권장사항으로 신설해 권고하기로 했다.
한편 강원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춘천성심병원의 간호사 A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서면 경고했다고 밝혔다. 선관위 조사결과 A씨는 동료 간호사들을 상대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에게 10만원의 정치 후원금을 내도록 강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지난해 김진태 의원실에서 작성한 후원금 안내문을 병원 내부 메일을 통해 일부 간호사들에게 보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 선관위 관계자는 “A씨의 행위는 후원금 안내가 아니라 후원금을 내도록 알선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정치자금법에는 후원금을 알선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된 만큼 조사를 거쳐 서면 경고 조치했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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