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암 유발 ‘간흡충’ 26년 생존…‘돌고기’ 가장 위험

[단독] 암 유발 ‘간흡충’ 26년 생존…‘돌고기’ 가장 위험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17-04-14 16:13
수정 2017-04-1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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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보건연구원 분석…기생충 감염률 1위

간흡충. 사진=위키피디아
간흡충. 사진=위키피디아
간 담도에 기생하며 암을 일으키는 ‘간흡충’이 사람 몸 속에서 26년이나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흡충은 전체 기생충 중에서 감염률 1위에 올라 있어 민물고기 섭취에 더욱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14일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의 ‘간흡충 감염 및 관리사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내 장내기생충 감염률은 2.6% 수준이었다. 간흡충은 이런 기생충 감염의 73%를 차지할 정도로 감염위험이 높다.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와 중국 등에서 1500만명이 감염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입이 2개라는 의미의 ‘디스토마’(distoma)로 불렸지만, 잘못 붙여진 이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간흡충으로 용어가 통일됐다.

●돌고기 1마리에 유충 7750개

간흡충의 성장기는 3단계로 나뉜다. 1차 중간숙주인 쇠우렁이가 알을 먹으면 몸속에서 중간단계로 자란다. 쇠우렁이 몸에서 나와 유충의 형태로 물속에서 돌아다니다가 2차 중간숙주인 민물고기 근육으로 들어간다. 이 고기를 날 것으로 먹으면 감염되며 4주 뒤에 다시 알을 낳는데 산란양은 하루에 4000개에 이른다.

날 것으로 먹었을 때 감염위험이 가장 높은 민물고기는 ‘돌고기’다. 돌고기 1마리에 붙어있는 유충은 7750개에 이른다. 긴몰개(7680개), 몰개(2670개), 모래무지(1325개), 중고기(1318개) 등도 위험도가 높다. 질병관리본부 분석에서 간흡충은 26년을 생존할 정도로 수명이 긴데다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킬 수 있어 위험도가 높다.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켜 담석증, 담낭염, 간농양, 췌장염, 황달 등을 유발한다. 2015년 질병관리본부 조사에서는 간흡충에 의한 담관암 발생 위험이 전체 담관암의 25%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지난해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자료에서는 낙동강 인근 지역 주민의 담관암 발병 위험이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치료도 쉽지 않다. 간흡충은 일반 구충제로는 제거할 수 없다. 1970년대부터 사용하고 있는 ‘프라지콴텔’은 60㎏ 성인 기준으로 9g이나 복용해야 하고 전신 피로감, 어지러움, 메스거움 등의 부작용이 단점으로 꼽힌다. 하루 3번, 2일 동안 충분한 양을 복용해야 한다. 최근 이 약 용량의 10%만 먹어도 50%의 효과를 보이는 다른 치료제 ‘트리벤디미딘’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민물고기회 즐기는 식습관 개선 유도해야
간흡충 유충이 많이 기생하는 민물고기(숫자는 유충 수). 질병관리본부 제공
간흡충 유충이 많이 기생하는 민물고기(숫자는 유충 수). 질병관리본부 제공
더 큰 문제는 치료를 해도 다시 민물고기를 먹는 사례가 많아 퇴치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국립보건연구원 면역병리센터 말라리아기생충과 연구팀은 “완전한 구충에 실패하면 지속적인 만성 염증에 노출된다”며 “유행지역에 계속 거주하고 날 것을 먹는 식습관을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재감염이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치료제를 잘 복용해 완벽하게 치료해도 이미 망가진 간이나 담도에서 담관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감염 위험이 높은 민물고기를 날 것으로 먹는 식습관을 개선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연구팀은 “다양한 홍보와 교육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식문화에 대한 개선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유행지역의 교육수준과 문화를 고려한 홍보·교육자료를 개발해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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