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간호사’ 배출 이후 54년만에 전체 합격자 중 남성 비율 10%
“응급실·정형외과 등서 종횡무진”대한간호협회는 올해 실시한 간호사 국가시험에 남자 응시생 1733명이 합격해 국내 남자 간호사가 1만명을 넘어섰다고 16일 밝혔다. 현재 남자 간호사는 모두 1만 542명으로, 전체 면허 간호사 35만 6289명 가운데 2.96%다. 간호사 국가시험 합격자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4년 1.0%에서 올해 9.9%로 10배 가까이 상승했다. ‘간호사는 금남(禁男)의 영역’이란 말은 옛말이 됐다.
김장언 대한남자간호사회 회장은 “그간 남자 간호사가 희소성으로 주목받았다면 이제는 제도권에 안착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게 큰 변화”라고 말했다.
남자 간호사는 1936년부터 1961년까지 서울위생병원 간호원양성소(삼육보건대학교 전신)에서 모두 22명이 양성됐지만, 당시에는 여성의 간호사 면허만 인정했던 탓에 정식 간호사가 되지 못했다. 남자 간호사로서 면허를 인정받은 사람은 1962년 조상문(현재 82세)씨가 처음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간호사는 여성만 할 수 있다는 법적 규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당시는 사회 통념상 남성의 간호사 면허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남자 간호사가 증가한 이유로 간호계는 ‘취업난’을 꼽는다. 김 회장은 “‘간호사는 여자’라는 고정관념이 사라진 이유도 있지만,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전문직 간호사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서울대 간호대학에 입학했던 1979년만 해도 남학생은 78학번과 79학번에 각 2명뿐이었다.
김 회장은 “이제 환자도 더는 남자 간호사를 신기하게 보지 않고 오히려 좋아한다”며 “특히 정형외과에서는 힘이 센 남자 간호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남자 간호사는 주로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등 환자가 장시간 사투를 벌여야 하는 곳에서 일한다. 남자 간호사를 특수병동이 아닌 일반병동에도 배치한 곳은 2008년 강남 세브란스 병원(옛 영동세브란스 병원)이 처음이다. 당시 강남 세브란스 병원은 환자와 의료인을 대상으로 ‘남자 간호사 이미지 분석’ 조사를 시행했는데 의료인의 87.%가 남자 간호사와 팀을 이뤄 일해 보고 싶다고 답했다. 백찬기 간호협회 홍보국장은 “미국의 남자 간호사 비중이 7%를 조금 넘는데 몇 년 안에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간호사는 ‘여성 전문직’이란 인식이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6-02-17 6면